일용직 내몰린 노인들..."어르신 채용은 좀..." 그마저도 일 못 구한다

여승헌 기자, 민수정 기자
2026.09.30 05:45
28일 오전 5시쯤 서울 강동구의 한 인력사무소의 모습.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이 일감을 받기 위해 인력사무소에 방문했다./ 사진=여승헌 기자.

#. 지난 28일 오전 5시 서울 강동구의 한 인력사무소. 추석 연휴가 끝난 월요일 새벽부터 일감을 찾으러 온 구직자 30여명으로 사무실이 북적였다. 대부분은 60대 이상이었다. 이들은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뒤 근무지로 향할 승합차를 기다렸다. 스트레칭으로 굳은 몸을 풀거나 평소 알고 지낸 듯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는 고령층이 늘면서 일용직 시장으로 향하는 노인들도 많아지고 있다. 공공일자리는 한정돼 있고 민간에서 고령층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일감을 구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적잖다.

2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초기고령층(65~74세) 가운데 임시·일용근로 비중은 17.3%로 8년 전보다 7.3%포인트(p) 늘었다. 같은 기간 75세 이상 후기고령층의 임시·일용근로 비중도 3배 수준으로 늘었다.

인력사무소는 '60세 이하 대환영'이라는 문구를 붙여놓는 등 젊은 사람들을 찾는다. 하지만 실제 인력사무소를 찾는 이들은 60세가 넘는 고령층이 많다. 대부분 생계를 위해 일용직에 뛰어든다. 용접 일을 해왔다는 허민진씨(67)도 일이 끊기면서 인력사무소를 찾았다. 허씨는 "일용직이라도 구하려고 나오는데 일주일에 3~4일은 일감을 얻지 못하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공공일자리에서 자리를 찾지 못해 민간 인력사무소로 발길을 돌린 고령층도 있었다. 70대 김모씨는 "시에서 운영하는 센터에 가봤지만 자리가 없다더라"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도 구인하는 고령층에겐 경쟁자다. 유모씨(72)는 "나이도 들고 외국인 노동자 등 구직자도 많아져 일감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11년째 인력사무소를 운영해 온 한 관계자는 "체감상 2년 전보다 일감을 찾으러 오는 노인의 비중이 20% 정도 늘었다"며 "65세가 넘으면 건설 현장에서도 채용을 꺼려 일감 요청이 들어와도 연결해주지 못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

전문가들은 충분한 노후 소득을 모아두지 못한 상황에서 물가 상승 등으로 생계비 부담까지 커져 고령층이 일용직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보다 물가가 오르면서 일을 하지 않던 사람도 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며 "공공일자리는 수당도 얼마되지 않고 정보력이 빠른 노인들 위주로 채워지면서 일용직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고령층의 노동시장이 전문성과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보다 시간제나 일용직 등 불안정한 일자리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재정으로 공급하는 공공일자리만으로 늘어나는 고령층의 구직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초고령사회를 맞아 안정적이고 본인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마련돼야 하는데, 실상은 시간제나 일용직 처럼 비정형 일자리 중심으로 기회가 형성되고 있다"며 "공공일자리 확충을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민간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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