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드려" 전우의 마지막 한마디...은인 찾아온 백발의 참전용사

여승헌 기자, 신홍규 기자, 민수정 기자, 김서현 기자
2026.10.01 17:11

10·1 국군의날
전쟁기념관엔 감사, 현충원엔 눈물…시민들 발길 이어져

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이종태씨가 묵념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여승헌 기자.

"그 친구가 엎드리라고 해준 덕분에 나는 살았는데…."

'국군의 날'인 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70대 베트남전쟁 참전용사 이종태씨는 전우를 만나기 위해 캐나다에서 40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제복을 갖춰 입고 온 이씨는 "베트남전쟁 때 소대장으로 참전했다"며 "당시 작전 중에 옆에 있던 한 무전병이 엎드리라고 해준 덕분에 나는 살았고 그 전우는 죽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현충원에는 국군의 날을 맞아 이곳에 잠든 가족과 전우를 추모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묘비 앞에서 가족끼리 이야기를 나누다 눈물을 훔치거나 말없이 묘비를 여러 차례 닦으며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60대 김경성씨는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자매들과 현충원을 찾았다. 김씨는 "서울에 사니까 최대한 자주 오려고 노력한다"며 "군인이셨지만 집 뒷마당에 장미가 가득한 정원을 가꾸고, 마을 길을 손수 넓히기도 했던 낭만가였다"고 회상했다.

탈북민 조모씨(59)도 국군포로였던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했다. 조씨는 "아버지는 유해 없이 현충원에 모셔져 있다"며 "국군포로였던 아버지를 이곳에 모시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충남에서 온 초등학생 100여명은 순국선열을 향해 묵념한 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천천히 현충원을 둘러봤다. 초등학교 5학년 김설현양은 "국가유공자셨던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며 "직접 와서 설명을 들어보니 정말 대단하고 감사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전쟁기념관엔 외국인들 발길…"참전용사 노고 잊지 않았으면"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육군 장병이 시설을 관람하고 있다./사진=신홍규 기자.

같은날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도 엄숙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휴가를 나온 군인들은 동료들과 탱크와 전투기 등 전시물을 둘러보며 안내문을 꼼꼼히 읽었다. 전시를 통해 과거 전쟁의 역사를 접하면서 군인과 참전용사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게 됐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군 복무 중인 김모씨(22)는 "그때 군인들이 어떤 심정이었을지는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며 "앞으로 군인에 대한 처우가 더 좋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20대 김모씨도 "입대하기 전에는 국군의 날이 언제인지도 몰랐다"며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가장 많이 느낀 건 웅장함이었다"고 했다.

이곳을 찾은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남편과 함께 이곳을 찾은 미국인 팸 라로카씨(64)는 전시관을 둘러보며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의 아버지는 6·25전쟁에 직접 참전하지는 않았지만 전쟁이 끝난 뒤 한국을 찾아 재건 작업에 참여했다고 했다. 라로카씨는 "당시 어머니가 임신 중이어서 아버지는 전쟁에 참전하지 못했다"며 "전쟁의 참사가 잊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람객들은 6·25전쟁 참전국 가운데 자기 고향이 있는지 살펴보고 기념패를 찬찬히 둘러봤다. 다만 상당수는 관광차 전쟁기념관을 찾았을 뿐 이날이 국군의 날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했다.

이탈리아인 마리오씨(33)는 "오늘이 국군의 날이라는 건 처음 알았다"며 "이탈리아도 6·25전쟁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이곳에 와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라로카씨의 남편 빌씨도 "전쟁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희생됐다는 사실은 몰랐다"며 "미국에서는 한국전쟁을 비교적 간략하게 배웠는데 이곳에서 전쟁의 규모와 희생을 새롭게 알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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