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당한 줄 알고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한 직원이 어느 날 갑자기 출근하지 않았다. 회사가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자 담당 임원이 직접 집까지 찾아갔다. 그런데 직원에게서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자신은 이미 해고된 줄 알았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그는 전날 회사 이름으로 발송된 'You're Fired'란 제목의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해당 직원은 외국계 회사인 만큼 해고 통지도 이런 식으로 하는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회사가 보낸 메일이 아니라 스팸 메일이었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만약 실제로 회사가 해당 직원에게 이메일로 해고를 통보한 것이라면 어떨까. 이메일 한 통만으로 직원을 해고할 수 있을까.
이메일로 직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통지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메일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가 중요하다.
관련 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해고의 효력이 있다. 이는 사용자가 해고를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하고 근로자가 해고 사유와 시기를 명확히 알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규정이다.
그런데 이메일이 해고를 통지하는 '서면'으로 효력이 있을까다. 대법원은 이메일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서면'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이메일의 형식과 작성 경위 등을 종합했을 때 사용자의 해고 의사가 명확하고, 해고 사유와 시기가 구체적으로 통지됐으며, 근로자가 해고에 대응하는 데 지장이 없다면 이메일이라는 이유만으로 서면통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실제 사건에서 회사는 근로자의 대리인인 노무사에게 대표이사 인감이 찍힌 징계결과통보서 파일을 이메일로 보냈다. 통보서에는 해고 사유와 시기가 적혀 있었다. 회사는 노무사에게 이메일 수신 여부까지 확인했고 근로자는 통보 내용을 전달받은 뒤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대법원은 이런 사정을 종합해 이메일을 통한 해고통지가 적법한 서면통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반대로 이메일에 해고 사유가 전혀 적혀 있지 않다면 문제가 된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서면으로 해고를 통지하면서 해고 사유를 전혀 기재하지 않았다면 근로자가 이미 해고 사유를 알고 있었더라도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해고 사유를 적는다고 해서 모든 사실관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상세하게 적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해고에 대응하는 데 지장이 없다면 사유를 어느 정도 간략하게 기재하는 것도 가능하다. 문서 제목이 반드시 '해고통지서'일 필요도 없다. 명칭이나 형식보다 실제 내용이 중요하다.
또 해고통지의 방식과 해고 자체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메일로 해고통지를 해도 된다고 해서 회사가 어떤 이유로든 직원을 해고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