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의 역사왜곡 논란이 출연 배우와 제작진을 향한 비난, 집회 예고 등으로 번지자 영화인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2일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현재의 논쟁이 작품에 대한 비판을 넘어 제작사와 감독, 배우와 스태프 등 영화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한 위협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최근 '암살자(들)'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면서 극장 상영 외 홍보 활동을 사실상 중단했다. 일부 보수단체는 오는 3일부터 30일까지 주연 배우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조합은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에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합은 "영화에 대한 공감과 비판이 건강한 논쟁으로 펼쳐지는 것, 이것이 예술로서의 영화의 존재 가치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쟁 중 어느 한쪽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며 관객에게 이를 요구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창작과 표현의 자유는 우리 모두가 오랫동안 싸워서 얻은 소중한 가치이며 비판 역시 표현의 자유의 한 부분으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작품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개인의 신상과 가족 관계를 공개하거나 관련 개인·기업·단체의 정상적인 활동을 압박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정당한 비판의 범위를 벗어나며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화에 대한 평가는 분명 관객의 몫이지만 창작자를 위협하고 영화 제작과 상영을 위축시키는 공격이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영화인들의 표현의 자유와 안전을 위협하는 어떠한 행위에도 반대하며 이를 위해 영화인들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조합은 영화 참여자에 대한 비방과 협박, 사생활 거론 등 신변의 안전과 생업을 위협하는 행위를 멈추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의 유포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영화다. 문세광의 단독 범행으로 종결된 사건을 두고 육 여사가 문세광이 아닌 대통령 경호원의 총에 맞았을 가능성을 다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아내의 암살을 기획했을 수 있다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은 영화가 역사적으로 확인된 사실관계를 왜곡해 관객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제작진은 지난달 28일 입장문을 내고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