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를 찾는 문제로 시비가 붙은 택시기사를 살해하고 도주 과정에서 행인 2명까지 다치게 한 20대 남성이 징역 35년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살인·살인미수·절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22)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위치추적 전자장치 20년 부착 명령도 유지됐다.
A씨는 지난해 6월 새벽 경기 화성시에서 택시기사에게 자신이 알려준 목적지로 이동하도록 했다. 그러나 택시가 약 30분 동안 길을 찾지 못한 데다 차량이 불상의 물체와 부딪치면서 기사가 더 이상 운행하기 어렵다고 하자 실랑이를 벌였다.
A씨는 이후 가방에서 흉기를 꺼내 택시기사를 공격했다. 피해자가 흉기를 빼앗자 가방에 있던 다른 흉기를 꺼내 다시 공격했고 피해자는 다발성 자상에 따른 과다출혈로 숨졌다.
범행 뒤 A씨는 피해자의 택시를 운전해 달아났다. 이 과정에서 비명소리를 듣고 현장을 살피러 온 주민 2명이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이들을 차량으로 들이받았다. 주민들은 각각 골절과 타박상 등을 입었다. A씨는 이들을 살해하려 했지만 상해를 입히는 데 그쳐 살인미수 혐의도 적용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도록 했다. A씨에게 우울증과 상세불명의 조현병, 경도 지적장애 등 정신질환이 있었고 학창 시절부터 범행 당시까지 사회적으로 매우 고립된 생활을 해온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
A씨는 항소심에서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은 범행 전후 상황 등을 고려하면 A씨가 당시 어느 정도 판단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을 갖고 있었다고 봤다. 설령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정신장애의 정도 등을 고려하면 이를 이유로 형을 감경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심신미약은 형을 반드시 감경해야 하는 사유가 아니라 법원이 감경할 수 있는 사유인 만큼, 범행 내용과 결과, 범행 전후의 사정 등 여러 양형 조건을 고려했을 때 징역 35년을 선고한 원심이 심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에 따라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35년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20년 부착 명령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