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하나 봐" 동료 카톡 찍어 유포한 직원…"공익 위해" 항변 안 통했다

류원혜 기자
2026.10.12 05:00
직장 동료의 카카오톡 대화방을 몰래 촬영해 유포한 아동복지시설 직원이 벌금형의 선고 유예 판결을 받았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인공지능)가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

직장 동료의 카카오톡 대화방을 몰래 촬영해 유포한 아동복지시설 직원이 벌금형의 선고 유예 판결을 받았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법 충주지원 형사2단독 김주현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 침해)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비교적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유예 기간이 지난 뒤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아동복지시설 직원인 A씨는 2024년 6월 공용 컴퓨터에 동료 직원의 카카오톡 계정이 로그인된 것을 발견한 뒤 대화창을 열어 내용을 확인하고, 이를 영상으로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촬영한 영상을 다른 동료에게 전송하고 피해자의 불륜 사실을 알리는 등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았다.

A씨는 재판에서 "로그아웃되지 않은 카카오톡 대화를 우연히 봤을 뿐 고의가 없었다"며 "동료의 부정행위에 대응하고 건전한 근무 환경과 시설 아동 보호를 위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개인적인 목적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였으므로 위법성이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직접 대화창을 열고 화면을 아래로 내려가며 내용을 확인한 데다, 이를 영상으로 촬영해 다른 직원에게 전달한 점 등을 근거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피해자의 내밀한 사생활 영역"이라며 "대화 내용이 피해자의 근무 태도나 아이 돌봄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언할 수 없고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A씨가 동료 한 명에게만 불륜 사실을 알렸더라도 해당 내용이 다른 직원들에게 퍼질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실제 A씨가 유포한 내용은 다른 동료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기관장이나 관련 협회에 피해자를 신고한 적 없고, 피해자가 부적절한 행위로 인한 근무 소홀 등으로 퇴사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며 "따라서 아동복지시설 구성원의 공공 이익을 위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사생활 침해를 반성하는 점과 15년 전 벌금형을 받은 이후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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