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범죄 수사해도 자료 못 받는 경찰…수사 지연 우려도

이현수 기자
입력 2026.11.05 16:43 수정 2026.11.05 16:56

증선위 통보 대상서 경찰 제외…방시혁 사건도 거래소 압수수색해 자체 분석
기관 간 수사 범위도 중첩…"이첩 기준 명확히 해야"

경찰청./사진=뉴스1.

경찰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을 수사하면서도 금융당국의 조사 자료를 직접 제공받지 못해 수사가 지연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관련 법 개정이 여러 차례 추진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검찰청 폐지로 경찰의 금융범죄 수사 역할이 커진 가운데 수사기관 간 자료 공유 등 관련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경찰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현행 자본시장법 제178조의3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미공개중요정보 이용과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일부 불공정거래 혐의를 확인하면 중대범죄수사청장(중수청장)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관련 정보 역시 중수청장이 수사하거나 검찰총장(공소청의 장)이 소추하는 경우 요청에 따라 제공하도록 규정한다. 지난달 2일 검찰청 폐지에 따라 기존 검찰총장으로 규정됐던 통보 대상이 중수청장으로 바뀌었지만 경찰청장은 여전히 제외됐다.

이 때문에 경찰은 자체적으로 불공정거래 사건을 인지해 수사하더라도 금융당국의 자료를 요청할 법적 근거가 없다. 당국이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지조차 확인할 권한이 없어 경찰은 자료 보관 여부를 별도로 확인한 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확보하고 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지난해 9월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사는 지연될 수 밖에 없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 건이 대표적이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방 의장의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약 21개월간 수사한 끝에 지난 9월 불구속 송치했다. 당시 경찰은 금융당국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제공받지 못해 한국거래소를 압수수색하고 확보한 자료를 자체 분석했다. 반면 증선위 고발로 같은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은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수사를 지휘하며 금융당국의 자료를 활용했다.

경찰은 증선위의 사건 통보가 없더라도 고소·고발이나 자체 첩보를 통해 불공정거래 사건을 수사할 수 있다. 중수청의 사건 이첩 요구가 없는 한 경찰이 수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만큼 금융당국과의 자료 공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중수청 출범 초기 수사체계가 완전히 자리 잡지 않은 상황인 만큼 금융당국과 경찰 간 자료 공유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수사 지연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거래소와 금감원이 수개월에 걸쳐 진행한 조사 과정을 경찰이 다시 거치면서 수사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지난달 출범한 중수청이 안착해가는 단계인 만큼,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가 경찰에도 공유되지 않으면 불공정거래 사건의 수사 공백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관련 법 개정 시도는 이어졌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당시 금융위는 법안에 대해 경찰의 중복 수사로 혼선이 빚어지거나 사건 처리 기간이 길어질 위험이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22대 국회에서도 관련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사진=뉴시스.

수사기관 간 역할과 수사 범위가 겹치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경찰과 중수청, 금감원 특사경 모두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을 수사할 권한이 있다. 중복 수사 가능성과 함께 '사건 핑퐁'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앞서 방 의장 사건에서도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와 서울남부지검이 각각 수사에 나섰다. 당시 경찰은 중복 수사를 우려해 사건 이송을 요청했지만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금감원 특사경에 수사를 지휘했다.

검찰청 폐지 이후 출범한 중수청은 경찰에 사건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기관별 수사 범위와 이첩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등 해외 중대범죄수사기구와 달리 국내에서는 중수청과 경찰의 수사 대상 범죄가 상당 부분 겹친다는 지적이다.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도 중수청의 이첩 요구에 따라 수사 주체가 바뀔 수 있는 구조다.

수사 부서에서 10여년간 근무한 한 경찰 관계자는 "현 제도에서는 중수청이 수사할 사건을 선택적으로 이첩받을 수 있어 경찰이 자체 인지한 사건도 수사권을 넘겨야 할 수 있다"며 "기관 간 이첩 기준을 합리적이고 명확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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