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의 담관암 치료제가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승인을 획득했다는 소식에 HLB그룹주들이 28일 코스닥 시장에서 동반 강세를 보인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항암 신약의 신약허가신청서(NDA)를 FDA에 직접 제출해 허가받은 첫 사례라는 점이 부각됐다. 다만 같은 날 한올바이오파마의 루푸스 임상 실패 소식이 전해지는 등 개별 이슈가 엇갈리면서, 코스닥 바이오 전반의 투자심리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28일 HLB그룹주들은 코스닥 시장에서 장 초반 일제히 상한가에 거래되고 있다. HLB는 전 거래일(한국거래소 애프터마켓 종가 기준) 대비 9150원(29.95%) 오른 3만9700원에 거래 중이다. HLB제약과 HLB생명과학, HLB이노베이션, HLB테라퓨틱스, HLB바이오스텝 등도 모두 상한가를 기록했다. 코스피 시장에서도 HLB글로벌이 상한가에 도달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는 지난 23일(현지시간) FDA로부터 FGFR2(섬유아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 표적 항암제 '리픽투(성분명 리라푸그라티닙)'의 품목허가 승인을 획득했다. 리픽투는 FGFR2 융합·재배열을 보유한 담관암 환자의 2차 치료제로 승인됐다. 담관암은 담즙이 이동하는 통로(담관)에 발생하는 암으로 미국에서 매년 8000여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한다.
기존에도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등 항암신약이 FDA 승인을 받았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항암 신약의 NDA를 FDA에 직접 제출해 허가받은 것은 처음이다. 엘레바는 리픽투를 올해 4분기 내 미국 시장에 출시해 환자들에게 공급할 예정이다.
HLB가 이 같은 소식을 발표한 같은 날 한올바이오파마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IMVT-1402(성분명 아이메로프루바트)'의 피부홍반 루푸스(CLE) 대상 임상시험은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 총 57명의 환자에게 아이메로프루바트와 위약(가짜약)을 투약한 결과, 12주차에 주요 평가지표인 질환 면적·피부 루푸스 활성도 지수(CLASI-A) 변화율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이에 한올바이오파마로부터 해당 물질을 기술이전받은 이뮤노반트(모회사 로이반트)는 임상 결과와 시장 상황을 고려해 피부홍반 루푸스에 대한 적응증 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 소식에 한올바이오파마는 코스피 시장에서 2750원(5.90%) 떨어진 4만3850원에 거래 중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아이메로프루바트의 6개 적응증 중 루푸스의 시장 가치가 가장 낮기 때문에 이번 임상 중단이 기업가치 훼손에 치명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익명을 요청한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CLE의 경우 가장 이른 임상 단계에 있던 자산이었고 시장 규모도 크지 않다"며 "오히려 다른 적응증인 류마티스와 그레이브즈병이 핵심 자산이고 여기서 좋은 결과가 나올 거란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한올바이오파마의 임상 중단으로 인한 악영향이 제한적이어도 HLB의 호재만으로 코스닥 바이오 시장을 향한 투자심리가 개선되기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반도체로 쏠린 수급과 바이오주에 불리한 금리 상승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이번 호재가 섹터 바닥 형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리픽투 승인은 시장의 관심이 낮았던 이벤트로 시장의 의심을 받아온 언더독 기업들의 긍정적인 성과가 섹터의 신뢰도 형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추세적인 상승으로 이어지려면 펀더멘털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허 연구원은 "섹터의 가격 조정 바닥은 확인되고 있지만, 기간 조정이 마무리되려면 우호적인 대외환경과 섹터 순환매 외에 근본적인 펀더멘털 개선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