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반도체 대형주들이 견고한 영업실적에도 불구하고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 거시경제 요인에 우르르 무너졌다. 삼성전기는 하루 만에 20만원이 넘게 하락하는 등 반도체 기판주도 약세다.
15일 오후 1시58분 기준 삼성전자는 2만원(8.62%) 내린 21만2000원에 거래 중이다. SK하이닉스는 14만2000원(10.01%) 내린 127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반도체 기판주는 말 그대로 급락했다. 삼성전기는 20만원(14.56%) 내린 117만4000원에, SK스퀘어는 7만2000원(8.45%) 내린 78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반도체 기판주, 소부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닥 기판 대장주 심텍이 13%대, 소부장 대장주인 주성엔지니어링과 원익IPS가 각각 12%대, 13%대 급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3분기 잠정 실적발표를 기점으로 반도체주 반등을 점쳤다. 하지만 AI반도체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과 거시경제 요인이 더해지며 금세 주가가 추락했다. 삼성전자는 5거래일 연속 하락한 어제 소폭 반등했다가 급락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21만원대로 내려간 건 7월말 이후 두달 반 만이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3분기 잠정 영업실적은 107조4000억원으로 글로벌 빅테크도 넘지 못하는 역대급 실적을 냈지만 주가는 오히려 뒷걸음질했다. SK하이닉스도 하루 만에 10%가 넘게 빠지는 등 호실적과는 반대로 주가가 하락세다.
반도체 대형주 급락에 양대시장도 하염없이 무너졌다. 코스피 지수는 408.16포인트(6.79%) 내린 5600.65를 나타냈다. 6000선을 내준 데 이어 하루 만에 8% 가까이 빠지면서 5600선대로 내린 것이다.
코스닥 또한 어렵게 지키던 800선 사수에 실패했다. 같은 시각 코스닥은 56.97포인트(6.91%) 내린 766.91을 나타냈다.
이례적인 폭락장에 시장 변동성 완화장치도 장 초반 나란히 발동됐다. 선물지수가 장 시작과 동시에 동반 하락하며 지난 7월29일 이후 약 두달 반 만에 매도방향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피에서는 9시7분, 코스닥에서는 9시12분 각각 사이드카가 발동돼 프로그램 매매 효력이 5분간 정지됐다.
오후에는 1단계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오후 12시23분 코스닥, 12시38분에 코스피 시장에서 각각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돼 20분동안 모든 거래가 중지됐다. 양대 시장에서 서킷 브레이커가 동시에 울린 건 역시 7월29일 이후 51거래일 만이다.
특히 코스피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팔자' 행렬이 거세다. 외국인은 3조3000억원을 넘게 팔아치워 개인, 기관의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지수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물가지표와 간밤 뉴욕증시 AI·반도체주 약세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9월 CPI(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3.7% 올라 시장 예상치(3.6%)를 소폭 웃돌았다. 근원 CPI는 전년동월대비 2.6%, 전월대비 0.3% 올라 모두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미국 물가지표가 예상치를 웃돌며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커진 데다 AI 투자 부채 우려로 뉴욕증시에서 AI·반도체주가 약세를 보이면서 우리나라 대형주들도 영향권에 들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의 반응은 CPI(소비자물가지수)보다는 코어위브 중심의 AI 인프라의 레버리지 투자의 지속성 의구심에서 비롯됐다고 보인다. 시장이 다소 과하게 반응한 변도 있지만 지금은 부각되기 시작한 우려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짚었다.
황 연구원은 "한국은 이미 많이 빠졌지만 미국은 이제 하락하기 시작한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자금 순환 우려 문제가 완화되는 트리거를 확인하기 전까지 시장은 보수적으로 대응할 때"라고 조언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AI 투자 사이클에 대한 시장의 평가 기준이 CAPEX(설비투자) 확대 규모에서 투자자본의 수익성과 자금조달의 안정성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3분기 빅테크 실적시즌은 AI 투자가 실제 이익과 현금흐름을 전분기보다 얼마나 더 창출할 수 있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