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나만 벼락거지" 한 방 노리는 청년들...빚만 남았다

김세관 기자
2026.10.24 07:45

[청년은 왜 좌절하나]⑧

[편집자주] 청년들의 분노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은 취업난과 자산 격차, 주거 불안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프랑스 청년들이 거리로 나섰다면, 한국 청년들은 구직과 결혼·출산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현실에 저항하고 있다. 분노와 타협, 우울을 반복하는 청년들의 현실을 짚어봤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코스피가 215.27포인트(3.73%) 하락한 5552.74로 마감한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돼 있다. 2026.10.20. photo1006@newsis.com /사진=전신

자산 축적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청년들에게 주식시장은 적은 종잣돈으로 자산을 늘릴 수 있는 돌파구로 여겨진다. 그러나 최근 주가가 급락하면서 청년들의 기대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특히 축적한 자산이 부족한 청년들은 레버리지를 활용해 투자 규모를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산 격차를 좁히기 위해 선택한 투자가 오히려 청년층의 경제적 자립을 늦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빚투 지표 신용융자 여전히 30조원대…청년층 투자 손실도 커

신용공여 잔고 추이/그래픽=김다나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신용거래융자잔고는 30조5139억원으로 최근 주가 급락과 금융투자업계의 신용거래 제한 조치에도 여전히 30조원을 웃돌고 있다.

신용거래융자잔고는 투자자가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자금 중 아직 갚지 않은 금액으로,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의 대표적인 지표다. 2024년 말까지만 해도 16조원 수준이었던 신용거래융자잔고는 지난 6월 말 한때 38조원까지 불어났다. 2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약 2.3배 증가한 셈이다.

주목할 부분은 청년층의 빚투 증가 속도다. 지난 6월 말 기준 전체 신용거래융자잔고 가운데 약 4조2000억원이 20~30대 투자자들의 차입금으로 집계됐다. 2024년 말 약 1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2.5배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핵심 경제활동층인 40~50대의 신용융자잔고 증가 배율인 2.1배를 웃돈다.

청년층의 빚투 확대가 우려되는 이유는 실제 투자 손실도 신용융자 이용자에게서 더 크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지난 3월 초 국내 일부 대형 증권사의 개인투자자 계좌를 분석한 결과, 20~30대 신용융자 이용자의 손실률은 약 18%로 신용융자를 이용하지 않은 같은 연령대 투자자의 손실률 약 7%보다 크게 높았다.

당시 국내 증시는 중동발 지정학적 충격으로 극심한 변동성을 겪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여파로 6300선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2거래일 동안 17%가량 급락한 뒤 하루 만에 약 10% 반등하는 등 널뛰기 장세를 보였다. 최근에도 코스피가 7거래일 연속 하락하는 등 불안한 흐름을 나타내면서 신용거래를 활용한 청년 투자자들의 손실 위험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자산 적은 청년층에 투자 손실 '치명적'…반대매매 위험도 확대

이 같은 빚투 위험은 상대적으로 자산 기반이 취약한 청년층에 더 큰 부담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은 20~30대는 중장년층보다 축적한 금융자산이 적어 투자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만회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차입금 상환 부담까지 겹치면 장기적인 자산 형성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코스피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반대매매도 급증하는 모습이다. 지난 14일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 비중은 7.2%로 올해 하반기 들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반대매매 금액은 1220억원으로 같은 기간 두 번째로 많았다. 지난 13일부터는 5거래일 연속 반대매매 비중이 4%를 웃도는 등 투자자들의 보유 주식이 강제로 처분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0월 반대매매 비중/그래픽=이지혜

반대매매는 투자자 개인의 손실에 그치지 않고 증시 전반의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된다. 주가 하락으로 담보 가치가 떨어지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매도하고, 이 과정에서 쏟아진 매도 물량이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반대매매에 따른 충격은 청년층에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며 "사회 초년생은 추가 자금을 마련하거나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금융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투자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청년층 주택 마련 부채 부담도 확대…경제적 자립 늦어질 우려

청년층의 부채 부담은 주식투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주거 마련을 위한 대출 규모도 커지면서 청년들이 감당해야 할 금융 부담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2분기 차주별 가계부채 통계에 따르면 전체 연령의 차주당 신규 가계대출 취급액은 평균 3413만원으로 전 분기보다 128만원 감소했다. 반면 20대는 전 분기보다 260만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적인 신규 대출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20대 차주의 신규 차입 규모는 오히려 확대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에서도 청년층의 부채 부담 확대가 두드러졌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20대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평균 대출잔액은 2억394만원으로 전 분기보다 575만원 증가했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2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증가액 역시 전 연령층 가운데 가장 컸다.

30대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평균 잔액도 2억3419만원으로 전 분기보다 409만원 늘었다. 반면 40대와 50대의 증가액은 각각 186만원과 44만원에 그쳤다. 주택 마련 등을 위한 청년층의 차입 부담이 다른 연령대보다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주거 마련을 위한 대출과 주식투자를 위한 차입은 성격이 다르지만, 청년층이 감당해야 하는 전체적인 금융 부담이라는 점에서는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등 기존 채무를 보유한 상황에서 신용융자를 활용한 투자까지 확대할 경우 시장 변동성에 따른 충격이 가계 재무 상황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문제는 이미 상당한 부채를 보유한 청년층이 주식투자 과정에서 추가적인 차입과 손실을 감수할 경우 향후 자산 형성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주택 마련과 생활에 필요한 대출 상환 부담에 투자 손실까지 겹치면 저축 여력이 줄어들고, 경제적 자립을 위한 자산 축적도 늦어질 수 있다. 자산 격차를 좁히기 위해 감수한 위험이 오히려 격차를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개인투자자의 장기투자 문화 형성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주식 보유기간이 길수록 세제 혜택이 커지는 구조를 설계해 단기 매매 유인을 줄이고 장기 보유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청소년기부터 노년기에 이르는 생애주기 전 과정에서 금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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