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주식시장이 약세국면을 지나는 가운데 안전자산인 금 가격마저 온스당 4000달러를 위협받으며 흔들린다. 통상 증시가 불안하면 금으로 투자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엔 동반약세다. 국내외 기준금리 인상기조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맞물리며 투자자의 관심이 현금성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국제 금 현물가격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장중 온스당 3975.23달러까지 하락했다. 금 현물가격이 400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7월 이후 처음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국제 금 가격은 장중 5586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고점 대비 낙폭이 28%를 넘어섰다.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거래되는 금 가격도 최근 1g당 17만원 정도로 이달 초 18만3480원에 비해 7% 넘게 하락했다.
금값 하락이 주목받는 이유는 주식시장도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초 7000선을 넘었지만 이후 급락하며 5000대로 내려앉았다.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미국 증시도 좋지는 못해 S&P500지수가 이달 한때 7800선을 웃돌다 7600대로 밀려나 있다.
일반적으로 주식은 경기상황과 기업의 실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반면 금은 실물자산이라는 특성과 희소성을 바탕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때 투자자가 찾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인식된다. 증시가 불안해지면 금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증시 불안과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확산에도 금에 대한 투자수요 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금의 안전자산 지위가 약화했다기보다 금리환경의 변화가 주식과 금의 동반약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본다. 금은 보유하더라도 이자나 배당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국채, 예금 등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금융상품과 비교해 투자매력이 떨어진다.
실제로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특히 중동지역 긴장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한다. 이같은 우려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금 가격에도 부담을 준다.
증시급락에 따른 현금확보 수요 역시 금값 하락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주식에서 손실이 발생한 투자자들이 추가 증거금을 마련하거나 위험자산 비중을 낮추는 과정에서 금을 매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은 현금성 금융상품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최근 한 달간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ETF(상장지수펀드) 상품은 파킹형 ETF인 'KODEX 머니마켓액티브'로 이 기간에 순유입액이 2조4328억원에 달했다.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투자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가격변동에 따른 손실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파킹형 ETF처럼 상대적으로 가격변동이 작고 단기금리에 따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을 선택하고 시장상황을 지켜보려는 투자전략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