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산으로 사망한 임신부가 전년보다 60%가량 늘면서 9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출산 연령이 늦어지며 고위험 산모 분만은 늘고 있지만 숙련된 산과(産科) 인력이 줄면서 응급 분만 체계가 악화한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23일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사망원인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색전증(혈전·지방 등 색전으로 인해 혈관이 막히는 질환)과 분만 후 출혈 등 직접적인 산과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출생아 10만명당 27명으로 전년(17명) 대비 58.8%(10명) 증가했다. 이 같은 '직접 산과적 사망자'는 28명을 기록한 2016년 이후 9년 만에 최대다.
간접 산과적 사망까지 합한 모성사망자 수는 출생아 10만명당 33명으로 1년 전(24명)보다 37.5% 늘었다. 모성사망비는 전년보다 28.8%(2.9명) 증가한 13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10.9명)을 웃돌았다.
출산 관련 사망자가 늘어난 원인으로는 증가한 고령 산모를 감당할 수준의 응급 분만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단 점이 꼽힌다. 지난해 35세 이상인 고령 산모에게서 태어난 출생아 비중은 37.3%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응급 분만 의료를 지탱할 전문 인력은 낮은 분만 수가와 의료 소송 등 법적 위험을 이유로 산과와 신생아분과 세부 전공을 기피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산모 평균 연령 상승 등으로 고위험 임신·분만이 늘며 의료 사고 위험이 커졌지만, 이에 대한 보상은 부족하고 책임은 과도하단 게 의료계 입장이다.
실제 인력난은 가속화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전국 40여곳 대학병원 산과 전임의(펠로·Fellow) 수는 5명으로, 이들이 근무 중인 병원도 수도권에 집중됐다. 2024년 기준 전국 250개 시·군·구 중 분만 기관이 한 곳도 없는 지역은 77곳(30.8%), 분만 기관이 한 곳만 남은 지역은 60곳(24.0%)으로 지역 절반 이상이 '분만 취약지'로 내몰렸다.
특히 응급 분만 인프라가 취약한 지방에선 응급실 미수용(뺑뺑이) 사례가 잇따른다. 지난 5월 충북 청주에선 임신 29주차인 30대 여성이 응급 분만할 병원을 찾지 못해 부산까지 이송됐으나 태아가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앞서 2월 말 대구에서도 조산 증세를 보인 쌍둥이 임신부(20대·미국 국적)가 이송 병원을 찾지 못해 헤매다 아이 한 명을 잃고 다른 아이는 뇌 손상을 입은 일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