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없는 페스트, 재채기로도 전염… "생물테러용 개발땐 큰 위험"

정심교 기자
2026.10.08 04:10

러 '연구소 사고' 공포 확산
오한·두통등 독감증상과 비슷
"균 초기 노출땐 항생제로 진압"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페스트(흑사병)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자 전세계적으로 공포감이 확산한다. 페스트는 중세 유럽인 최대 2억명의 목숨을 앗아갔는데 아직도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조기치료가 최선이다. 과연 페스트는 얼마나 치명적이고 확산 위험성은 얼마나 될까.

러시아 이르쿠츠크 시베리아·극동 페스트방역연구소 실험실. /사진=뉴시스

7일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머니투데이 기자와 통화에서 "실험실에서 페스트가 노출된 게 맞다면 항생제(스트렙토마이신·겐타마이신·퀴놀론·독시사이클린 등)로 조기에 진압할 수 있어 큰 '아웃브레이크'(질병 대유행)가 생길 일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누군가가 만약 페스트를 생물테러(생화학 테러) 목적으로 개발했다면 대규모 감염·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엄 교수는 "최근 여러 연구소에서 페스트균을 가진 경우가 있지만 이는 주로 치료제·백신을 연구·개발하기 위한 실험목적"이라면서 "그렇지만 페스트균은 탄저균처럼 생물 테러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균주"라고 덧붙였다.

페스트는 페스트균(Yersinia pestis)에 감염되면서 발생하는 급성 열성 인수공통 감염병이다. 러시아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러시아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지역의 페스트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28세 여성 다리아 시필로바가 지난달 25일 폐렴형 페스트 병원균이 담긴 시험관을 깨뜨렸고 4일 뒤인 29일 심한 폐렴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이달 초 사망했다. 현지 언론은 시필로바가 폐렴형 페스트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페스트는 △림프절형 △패혈증형 △폐렴형 페스트 3종으로 나뉘는데 이 중 치명률이 가장 높고 사람간 전파력이 가장 강력한 게 폐렴형 페스트다. 폐렴형 페스트는 페스트균이 폐를 침범하는 형태로 감염자의 기침·재채기 등을 통해 사람간 전파가 가능하다.

엄 교수는 "페스트균 잠복기는 보통 1주일 이내로 항생제 치료를 최대한 빨리 시작해야 하는데 증상이 발현되고 치료의 시작 시점이 늦어지면 항생제를 써도 폐렴형 페스트의 예후는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폐렴형 페스트에 감염되면 오한·발열·두통·근육통·쇠약감·어지럼증·흉통이 갑자기 시작된다. 기침·호흡곤란·객혈 등의 호흡기계 징후는 보통 발병한 지 2일 만에 나타난다. 치료하지 않을 경우 페스트의 치사율은 50%가 넘는다.

문제는 폐렴형 페스트의 증상이 감기·독감과 비슷해 조기진단을 놓칠 수 있다는 것. 엄 교수는 "페스트균에 노출됐다는 사실을 빨리 알고 치료를 시작하는 게 관건"이라며 "의도적으로 덮으려 했거나 감염자가 페스트균에 감염된 사실을 몰랐다면 사망률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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