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의약품 '입찰' 맞나…상급종합병원 66%, 특정 도매사가 수년째 '공급 1위'

박정렬 기자
2026.10.08 16:47

상급종합병원 3곳 중 2곳은 특정 도매사가 3년째 의약품 공급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에는 대학병원의 소유주인 학교법인과 '특수관계'인 도매사가 적지 않아 경쟁을 통한 비용 절감 등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상급종합병원 의약품 공급업체 현황'에 따르면 제5기(2024~2026년) 상급종합병원 총 47곳 중 31곳(66%)은 지정 후 3년째 동일한 의약품 도매사가 공급 1위(출고금액 기준)를 차지했다.

머니투데이가 각 도매사의 감사보고서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이 중에는 대학병원을 소유한 학교법인과 특수관계인 곳이 상당했다. 학교법인 연세대가 49%의 지분을 보유한 안연케어는 지난해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등 3곳에 각각 전체 의약품의 89%(약 4110억원), 90%(약 1313억원), 97%(약 786억원)를 공급했다. 같은 해 안연케어는 학교법인에 9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거래 집중은 올해도 이어져 1~7월 안연케어의 세브란스 계열 3개 병원 점유율은 89~97%, 공급 총액은 4248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학교법인이 직간접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특수관계 도매사'가 공급 1위를 차지한 곳은 △아주대병원(트리메디칼) △길병원(인천유니온약품) △중앙대병원(씨앤엔메디컬) △경희대병원(팜로드) △부산백병원(화이트팜) △이대목동병원(이앤에스케어) △건국대병원(케이팜) △한양대병원(에스앤비팜) 등 총 11곳에 달한다. 이밖에 과거 서울성모병원을 운영하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유지재단 지분이 80.12%였던 의약품 도매사 비아다빈치도 서울성모병원, 인천성모병원, 성빈센트병원 등 3곳의 상급종합병원에 수년간 90%대의 압도적인 공급률을 기록 중이다.

상급종합병원 의약품 공급 1위 업체 현황. 자료 남인순 의원실·건강보험심사평가원/그래픽=김지영

서울과 대구에 거점을 둔 부림약품은 '공격적 입찰'로 울산대병원 등 11곳에서 3년째 의약품 공급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의약품 유통 업계 관계자는 "대학병원 납품으로 브랜드를 알리고, 최저가 입찰로 인한 이익의 손실 부분은 병원 밖(원외) 처방 등으로 보완하는 '몸집 키우기' 전략에 나서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부림약품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1위 자리를 지키는 엠제이팜을 제외하면 특수관계가 확인된 도매사 등 대부분의 업체는 '관계있는' 병원 외에는 공급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반면 뚜렷한 실적이 없는 특수관계 도매사가 상위 납품사에 올라온 사례는 있었다. 학교법인 조선대가 지분 49%를 보유한 서석팜은 올해 설립된 후 곧장 조선대병원 의약품의 23%를 공급하며 3위 업체로 올라섰다. 현행 약사법상 '특수관계인'은 의료기관에 대한 의약품 등 판매가 금지되지만 지분의 50%를 초과하거나, 법인의 임원 구성·사업 운영 등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야 특수관계가 인정된다. 특수관계 도매사는 학교법인 지분을 49% 이하로 두거나 임원 수를 제한하는 등의 조치로 이를 회피한다.

특정 도매사와의 장기 거래는 의약품 공급 안전성·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의견과 가격 경쟁을 통한 약가 인하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공존한다. 특히 남인순 의원은 "병원 · 학교 측과 인맥 · 지분으로 엮인 도매사는 물품을 싸게 구매해 특수관계인 병원에 비싸게 팔면서 막대한 차액은 수익과 배당으로 다시 병원이나 학교 측의 호주머니만 불리고 있다"며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가 병원장과 학교 측에 사유화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12월까지 의약품·의료기기 유통에 관한 특수관계 현황·불공정행위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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