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역 간 의료격차를 줄이기 위해 시·도의 공공의료 정책 조정 권한을 확대하고, 권역책임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병원 간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지역거점공공병원 41곳의 역할을 진료권별 의료 수요와 병원별 진료역량에 따라 나누고 시설과 인력을 차등 지원해, 2030년까지 권역 간 의료 자체충족률과 치료가능사망률 격차를 줄인다는 목표다.
백형기 보건복지부 공공의료정책과장은 5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제3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안' 공청회에서 "권역 간 의료 자체충족률과 치료가능사망률 격차를 줄이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위해 공공의료 전달체계를 어떻게 구축할지가 이번 계획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도 공공보건의료위원회가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를 배분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권역책임의료기관에 병원 간 환자 의뢰·회송 체계를 구축하고 의료인력 공동 활용과 순환당직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긴다는 계획이다. 권역책임의료기관장이 시·도 필수의료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지역 의료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방안도 담겼다.
백 과장은 2차 계획에서 책임의료기관을 늘렸지만 진료역량 강화는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지역거점공공병원 41곳 가운데 포괄2차병원으로 지정된 곳은 23곳이다. 치료가능사망률의 5분위 지역격차비는 2019년 1.21배에서 2024년 1.27배로 벌어졌다. 복지부는 2030년까지 권역 간 치료가능사망률 격차를 1.24배로, 의료 자체충족률 격차를 2024년 1.59배에서 1.35배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계획안에는 △공공의료 거버넌스 전환 △공공의료기관 기능·역할 강화 △공공의료 인력·기반 강화 등 3대 전략과 10개 핵심 과제가 담겼다. 복지부는 시·도 공공보건의료위원회의 정책 수립·평가와 인력·예산 배분 권한을 확대하고, 책임의료기관의 성과에 따른 재지정 근거를 마련한다. 부처별 공공병원의 시설·장비 공동 활용과 민간병원의 공익적 진료 참여를 위한 가칭 공익의료법인 도입도 추진한다.
지역거점공공병원은 기능 특성화형·필수진료 집중형·포괄2차형으로 나눈다. 지역에서 부족한 공공의료에 특화하거나 필수진료 역량을 단계적으로 높이고, 다양한 2차 진료 수요를 맡도록 유형별로 지원한다.
백 과장은 "필수·공공의료 기능과 성과를 연계한 보상 방안을 개발하겠다"며 "내년에 시범사업을 작게나마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필수의료 진료와 정책 지원을 맡는 중앙병원으로, 국립대병원은 중증·고난도 환자의 최종치료를 맡는 권역 거점으로 육성한다. 보건소와 거점보건지소의 일차진료 기능도 강화한다.
지역의사제와 국립의전원으로 인력을 양성하고, 단기 공백은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와 시니어 의사 등으로 보완한다. 공공의료 AI(인공지능) 고속도로는 2029년까지 72곳으로 확대한다. 2027년부터 5년마다 진료권을 지정·고시하고, 연 1조원 이상 규모의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로 진료권별 인력·시설을 지원할 계획이다.
"새 인력 나오기까지 10년"…공공병원 부채·회송 후 진료도 과제 부상
패널토론에서는 지역의사제와 국립의전원으로 양성한 인력이 현장에 나오기까지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공공병원에 기능·성과 보상을 도입하기에 앞서 누적 부채의 원인을 파악하고, 환자를 지역 병원으로 돌려보낸 뒤에도 진료가 이어지는지 살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문진수 서울대병원 공공부원장은 "지금 학생들을 뽑아서 그 학생들이 현장에 나올 때까지 10년에서 15년이 걸린다"며 "그 사이 10년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이 기본계획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가 투입되는 내년부터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단기 계획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문 부원장은 당장 배출되는 젊은 의사들이 지역·필수·공공의료 분야에 지원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했다. 인턴·레지던트의 지역 필수의료 분야 지원율을 단기 성과지표로 삼고, 지역에서 채우지 못한 전공의 정원 일부를 서울로 돌려 선발한 뒤, 해당 인력이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최복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실장은 공공병원의 기능과 성과에 따른 보상체계를 설계할 때 적정 인력과 표준원가를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기존 부채가 새 보상제도의 효과를 제약할 수 있다며 "부채 내역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각각의 세부 항목이 어디서 발생했는지 파악하고 해소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수도권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가 지역 병원으로 돌아간 뒤에도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료의뢰서를 들고 지역으로 돌아갔지만 필요한 진료를 받을 병원을 찾기 어려웠던 사례를 소개하며, 환자를 보낸 상급종합병원이 회송 결과를 확인하고 이를 기관 평가에도 반영하자고 제안했다. 환자와 시민이 공공의료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보 제공과 정책 교육, 조사·연구 지원을 기본계획에 담아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복지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해 계획안을 보완하고, 오는 12월 초 공공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