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에 이어 하원이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는 국가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이 발효되면 인도와 중국이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 하원은 16일(현지시간) 러시아에 대한 포괄적인 제재를 골자로 한 '2026 린지 O. 그레이엄 대(對)러시아·이란 제재 법안'을 찬성 262표, 반대 159표로 가결했다.
러시아산 원유의 주요 구매국인 중국·인도·튀르키예 등이 표적이 될 수 있다.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중국이 러시아 원유 수출량의 절반을 구매했고, 인도가 37%, 튀르키예가 5%, 유럽연합(EU)이 5%를 구매했다.
특히 중국과 인도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산 원유에 의존해왔다. 지난 2월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량이 급감하자 의존도는 더 커졌다. 중국 원유 수입량의 약 5분의 1은 러시아가 차지하고 있다. 인도는 6~7월 러시아산 비중이 50%를 넘었고 8월에도 40%대를 유지했다.
법안에는 서방의 제재를 회피하며 러시아산 원유 등을 운송하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에 대한 제한 조치도 포함됐다. 법안은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당국자와 러시아 중앙은행, 스베르방크·가스프롬방크 등 주요 금융기관, 러시아 국영기업에 대한 제재도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법안이 발효하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 부여된 대러 제재와 관세 부과 권한을 어느 수준까지 행사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에 대해 인도 외교부는 "인도는 14억 인도 국민의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정부는 이번 사태의 여파에 대처하기 위해 인도 무역 및 산업 단체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한다는 이유로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해 뉴델리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50%까지 인상했다. 2월에는 관세를 18%로 인하했는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고 미국과 잠재적으로 베네수엘라로부터 훨씬 더 많이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인도는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해서라고 반박했다.
이달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지도 관건이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을 상대로 관세를 부과했으나 중국이 핵심광물 수출을 제한하는 등 한차례 무역 갈등을 벌였다가 관세를 철회한 바 있다. 로낙 D 데사이 스탠퍼드대 후버 연구소 객원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안에 서명하고 관세 부과 권한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