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파이프라인(송유관) 가동 중단으로 아시아 4대 원유 수입국 가운데 한국이 가장 직접적인 위험에 노출됐다고 미 CNBC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CNBC는 한국무역협회의 자료를 인용, 지난 7월 기준 한국의 원유 수입량 중 사우디산 비중은 34.1%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각국의 자료를 종합했을때 일본의 사우디산 원유 수입 비중은 27.3%, 중국은 14.9%, 인도는 10.2% 수준으로 집계됐다. 아시아 4대 원유 수입국 가운데 한국의 사우디 의존도가 가장 높다는 분석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동서 파이프라인'을 원유 우회 수송로로 활용해왔다. 하지만 지난 10일 이라크발 드론 공격으로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이미 부족해진 아시아 4대 원유 수입국의 공급이 더욱 어려워졌으며, 그중에서도 한국이 가장 직접적인 위험에 노출됐다는 분석이다.
토마스 루에디 베인앤드컴퍼니 아시아·태평양 에너지 및 자연소재 부문 대표는 "기존에 걸프만 터미널을 통해 선적되던 사우디 수출 물량의 대부분을 동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얀부 항구가 대신 처리해 왔다"고 설명했다. 루에디 대표는 이로 인해 공급 차질 위험에 노출된 아시아행 공급 물량을 하루 약 400만배럴로 추산했다. CMC마켓의 오리아노 리자 영업 트레이더는 얀부와 이집트에 저장된 원유가 소진되면 그 규모는 하루 350만~450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해양정보업체 케플러의 매트 스미스 원자재 리서치 이사는 파이프라인의 가동이 한 달간 중단되고 홍해 얀부 항구의 비축유마저 소진될 경우 총 1억2000만배럴의 물량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이 여파로 정유사 입장에서는 물리적인 공급량 부족보다 가격 상승이 더 즉각적인 여파로 다가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모닝스타의 초콰이 리 주식 리서치 이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단기적으로 가장 큰 영향은 원유의 물리적 수급보다는 유가와 운임 비용 상승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얀부와 이집트에 저장된 비축유 덕분에 약 1~2주 동안은 수출이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다만 비축유가 소진될 경우 미주나 서아프리카 등 대체 공급지에서 아시아까지 원유를 들여오는 데는 한 달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우디 정부가 파이프라인 복구 시점에 대해 명확한 일정을 제시하지 않아 공급 차질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은 복구 작업에 약 3주에서 6주가 걸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주 CNBC 방송에서"사우디 동서 파이프라인이 조만간 가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