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등 정유제품의 10월 수출을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과 러시아발 공급 차질로 글로벌 정유제품 수급이 빠듯해진 가운데 중국까지 자국 내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아시아 정유제품 가격과 정제마진을 밀어 올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산 공급 감소로 한국 등 역내 정유사들의 수출 여건에도 관심이 쏠린다.
2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주요 정유사들은 홍콩과 마카오를 제외한 해외 지역으로의 10월 정유제품 수출을 중단한 상태다. 중국 당국의 관련 방침을 전달받은 복수의 소식통은 로이터에 당국이 국내 공급을 우선하면서 주요 정유사에 10월 수출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 당국이 정유제품 수출 금지나 중단을 공식 발표한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상무부 등에서 관련 공고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국경절 연휴 중 로이터의 확인 요청에도 답하지 않았다.
중국은 휘발유와 경유 등 정유제품 수출을 허가제로 관리한다. 상무부의 2026년 수출허가 관리 대상에도 정유제품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조치는 공개적인 수출금지령보다는 당국이 10월분 수출을 승인하지 않는 방식의 사실상 수출 중단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실제 중국 국영 페트로차이나는 지난달 30일 이달 선적할 예정이던 휘발유와 항공유 물량 일부를 취소했다. 대형 민영 정유사인 저장석유화공도 국경절 연휴 기간 정유제품 수출 일정을 잡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국 내 재고 확보가 중국이 수출을 멈춘 배경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3월 이란 전쟁으로 중동산 원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자 정유제품 수출을 제한했다가 7월 규제를 완화했다. 이후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수출 물량을 월별로 관리해왔다. 에너지시장 분석업체 케이플러는 중국의 상업용 경유 재고가 당국이 수출 정상화의 기준으로 삼는 전쟁 이전 수준보다 약 2000만배럴, 휘발유의 경우는 약 900만배럴 부족한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발 공급 감소는 아시아 정유제품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 관련, 로이터는 중국의 수출 중단 소식 이후 아시아 경유의 10월과 11월 가격 스프레드가 2주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전했다. 경유 정제마진도 상승했다.
중국산 정유제품의 공급 감소로 한국 등 역내 정유사의 수출 여건에도 관심이 쏠린다. 로이터는 중국의 정유제품 수출 중단으로 이미 공급이 빠듯한 아시아 시장에서 경유와 항공유를 중심으로 수급 압박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UBS는 중국산 공급 감소가 중국 이외 지역의 정제마진을 지탱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 이미 중동발 공급 차질에 따른 정유제품 공급 공백을 일부 메우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9월 한국의 유럽향 항공유 수출은 하루 약 12만9000배럴로 2022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란 전쟁 이후 중동산 공급이 감소하면서 유럽이 한국을 비롯한 원거리 공급처에서 항공유 조달을 늘린 영향이다. 중국 국경절 연휴는 오는 7일까지다. 이후 중국 당국이 정유제품 수출을 다시 승인할지가 향후 시장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