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2034년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을 앞두고 추진해 온 '네옴 스타디움' 건설 계획을 무기한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 2명을 인용해 네옴 스타디움 건설 사업이 무기한 보류 상태라고 보도했다. 두바이에 기반을 둔 건설산업 시장정보업체 MEED 프로젝트도 지역 내 입찰과 사업을 추적하는 분석팀 자료를 토대로 네옴 스타디움 사업을 '보류(on hold)' 상태로 분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옴 스타디움은 4만 6000석 규모로 건설돼 네옴시티의 핵심 프로젝트인 '더 라인(The Line)'에 들어설 예정이었다. 해발 350m 지점에 경기장을 지어 자율주행 자동차와 고속 리프트로만 경기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운영한다는 계획이었다.
네옴 프로젝트는 2017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한 '비전 2030'의 핵심 사업이다. 비전 2030은 경제를 다각화하고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국가 차원의 대규모 경제 개혁 계획이다.
2034년 월드컵은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된 이후 단일 국가가 개최하는 첫 대회로,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대형 행사로 평가받아 왔다. 사우디는 비전 2030에 따라 국부펀드 PIF를 통해 스포츠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왔다.
그러나 사우디는 최근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대규모 개발사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사우디 국부펀드 PIF가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초대형 개발사업, 이른바 '기가 프로젝트'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보다 빠르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으로 투자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월 수도 리야드에 건설할 계획이었던 정육면체 형태의 초대형 건축물 '무카브(The Mukaab)'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를 둘러싼 안보·경제적 불확실성도 커졌다. 이란 전쟁으로 사우디의 에너지 수송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했고, 핵심 인프라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았다. 지난주 사우디 재무부는 올해 재정적자가 당초 예상보다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우디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석유 부문 활동 감소 등의 영향으로 3.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는 네옴 스타디움 건설 보류와 관련해 사우디 정부 미디어실과 네옴 측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의 월드컵 개최 관련 당국도 월드컵 건설 사업의 주요 단계에서 상당한 진척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을 뿐, 네옴 스타디움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월드컵과 관련된 모든 건설 사업이 중단된 것은 아니다. 동부 도시 알코바르에 건설 중인 '아람코 스타디움'은 올해 말까지 완공해 내년 1월 첫 경기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국내 건설업계도 네옴시티 관련 사업 조정으로 영향을 받았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더 라인' 지하에 고속도로와 지하철, 화물 운반용 철도를 건설하는 터널 사업을 수주했다. 그러나 지난 3월 발주처로부터 사업 재편에 따른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