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현지시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투자 약속을 연이어 강조하고 있다. 고율 관세 압박으로 끌어낸 'K-머니'를 자신의 경제 성과로 내세워 고유가·고물가에 불만을 품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하려는 정치적 셈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공개 연설과 중간선거 유세 현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미국 현지 투자 사례를 언급하며 "강력한 관세 장벽이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수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게 했다"고 자신의 보호무역주의 결과를 자찬했다.
그는 10일 미 테네시주 클락스빌의 공화당 중간선거 유세 현장에서 자신의 관세 정책 덕분에 고려아연이 이 지역에 일자리 740개를 창출하고자 60억달러(약 8조286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방산업체 안두릴의 신규 조선소 설립 행사에선 한국의 조선업 투자를 언급했다. 당시 그는 한국이 미국 조선업에 1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며 "한국이 관세를 낮추고자 대가를 치렀다"고 말했다.
외신과 전문가들은 한국의 대미 투자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공화당의 중간선거 유세 전략과 맞물려 있다고 본다. 한국의 대미 투자와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과 제조업 부활을 관세 정책 등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경제 성과로 내세워 고유가·고물가로 치솟은 유권자의 불만을 잠재우려 한다는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단기간에 물가를 낮출 방법이 제한된 상황에서 당장 체감하기 어려운 장기 투자 사업을 앞세워 유권자들의 시선을 돌리려 한다고 지적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대미 투자액 중 상당 부분은 실제 집행된 금액이 아니라 향후 추진할 계획"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추측'에 기반한 대미 투자 효과를 실제 성과로 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확정' 알래스카 투자도 '성과'로…"설리번 띄우기"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투자까지 경제적 성과로 내세우며 중간선거 유세에 활용하고 있다. 그는 백악관에서 지난달 30일 한국이 알래스카 LNG 사업에 54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한국 정부가 이를 부인하며 "아직 협의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자, 투자를 약속하지 않으면 합의된 관세율을 두 배로 인상하겠다고 압박했다.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 LNG 사업 투자 유치에 집착하는 것은 알래스카가 이번 중간선거의 주요 접전지로 꼽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알래스카의 댄 설리번 공화당 상원 의원은 현재 민주당 후보 메릴 펠톨라 의원의 거센 추격을 받으며 접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한국의 알래스카 LNG 사업 투자 발표 당시 설리번 의원을 곁에 세워두고 "설리번과 함께 만든 역사적 성과"라고 극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보에는 최근 급격히 하락한 국정 지지율과 공화당의 선거 위기의식이 자리 잡고 있는 분석도 존재한다. 그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고물가에 대한 불만과 경제 둔화 우려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실시한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1·2기 전체 지지율 최저치에 근접한 30%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의 최저 지지율은 집권 1기 마무리 때인 2021년 1월 국회의사당 폭동 이후에 기록한 29%다.
공화당 지지율도 흔들렸다. 최근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 중간 선거 때 공화당 후보에 투표하겠다는 응답률은 37%로 민주당(44%)보다 낮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들어 오클라호마, 앨라배마, 오하이오, 텍사스, 테네시 등 공화당 강세 지역을 순회하는 '텃밭 사수' 유세전에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알래스카에서 설리번 상원의원등 공화당 지지 유세에 나선다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