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전우용이 들려주는 '역사적인 보통날들'

이해진 기자
2015.06.13 05:12

[따끈따끈 새책]'우리 역사는 깊다'…'역사학자 전우용의 한국 근대 읽기 3부작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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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힘든 일을 어찌 하인들에게 시키지 않고 귀빈들이 직접 하는가"

조선 26대왕 고종 황제는 정동 테니스장에서 열린 주한 외교관들의 테니스 경기를 참관하며 탄식했다. 조선시대 상류층은 노동과 운동을 구분하지 못했다. 그들은 몸을 쓰는 행위를 하층민의 일로 인식했으며 육체노동으로 체력을 소진한 하인들이 운동을 할 여력이 없음도 알지 못했다.

체육은 그러나 식민지 시기 '체력은 곧 국력'이라는 민족주의자들의 슬로건 아래 스포츠로 격상됐다. 1920년 7월13일 서울 인사동 태화관에서 창설된 조선체육회는 창립취지서에서 "조선 인민의 생명을 원숙 창달하는 사회적 통일적 기관"이라고 선언했다.

'몸짱' 열풍이 불고 있는 2015년 현재 '건강한 몸'은 한국사회에서 하나의 스펙이자 상징자본으로 기능한다. 역사학자 전우용은 이렇듯 체육을 통시적 관점에서 살핌으로써 오늘날 몸 가꾸기 비중은 늘어가는 반면 수신(修身)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트위터에 올리는 사회 비판적 직설로 '믿고보는 전우용'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전우용이 '역사학자 전우용의 한국 근대 읽기' 3부작 가운데 첫 번째 '우리 역사는 깊다'를 펴냈다. 3월1일, 8월15일처럼 굵직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 날이 아닌 7월13일과 같은 '보통의 날'에서 역사적 의미를 읽어낸다. 전우용에게 '무의미한 오늘'은 없다. 크든 작든 익숙하든 낯설든 현재의 오늘은 수많은 과거 오늘들의 연속이며 내일을 위한 성찰의 토대다.

권력도 성찰의 대상이다. 저자는 대통령의 재래시장 방문을 '서민 코스프레'가 아닌 '임금 코스프레'로 해석한다. 대다수 서민들이 재래시장 대신 대형 할인점·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함에도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재래시장을 방문하는 건 임금이 시장 상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조선시대 관습이라는 것.

그러면서 그는 1921년 1월14일의 한 장면을 소환한다. 이 날은 광장주식회사 주주총회에서 평민 출신 주주들이 귀족출신 임원들을 해임한 신분제 소멸의 상징적 날이다. 평민들이 주식을 사 모으는 동안 귀족 출신들은 사장 명함 파기에만 열중, 보유 주식이 전체의 20%로 줄어 가능한 쿠데타였다.'귀족의 거드름'이 더 이상 용납 되지 않았다.

저자는 사라졌던 이 신분제가 오늘날 교육·취업·승진 등 일상생활에서 재탄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성찰한다. 그는 신분이 세습되는 시대로 후퇴하면 국민국가도 소멸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역사는 깊다 1·2=전우용 지음. 푸른역사 펴냄. 1권 332쪽·2권 352쪽. 1권 1만6500원·2권 1만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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