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자 정책, 유커 1000만 시대 여나?

베이징(중국)=김유경 기자
2015.08.26 18:16

내수 활성화 위해 단계적 확대 추진 가능성 높아…불법 체류자 증가 대책 요구돼

중국 관광객에 대한 전면적인 무비자 제도가 허용될 것인가? 중국이 일반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정책을 상호 도입하자고 공식 제안함에 따라 우리 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613만 명의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약 14조원을 소비한 만큼 무비자 제도 도입으로 관광객이 증가할 경우 내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불법 체류자 증가에 따른 사회적 문제 발생 가능성이 있어 무비자 전면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한 것이 사실이다.

◇ 中 문턱 활짝 열자…상호 무비자 정책 제안= 지난 25일 저녁 중국 베이징 궈마오호텔(國貿中心)에서 '한중 우호교류의 밤' 행사가 열렸다. 리진자오 중국 국가여유국 국장(장관급)과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박삼구 한국방문위원장,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 양국 관광당국 최고 책임자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왕샤오펑 국가여유국 부국장(차관급)은 양국간 상호 무비자 제도의 전면적인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양국간 왕래가 더욱 편리하도록 출입국 관리 정책과 규정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공무여권에 한정된 비자면제 조치를 일반 관광객으로 확대, 시행하자"고 밝혔다.

국가여유국은 중국의 관광담당 부처로 왕 부국장은 차관급 고위 관료다. 이번 제안은 당초 장관급인 리진자오 국가여유국장이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남북 대치로 김종덕 문체부 장관을 대신해 김 차관이 행사에 참석함에 따라 의전 관례상 왕 부국장이 대신 발표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번 제안은 중국 정부가 공식 석상에서 우리 정부에 무비자를 처음으로 요청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무비자 허용, 유커 1000만 시대 앞당긴다= 중국이 제안한 무비자 제도는 관광객 증가로 이어져 내수활성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비자'만큼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강력한 수단도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으로 외래 관광객이 50% 이상 급감하자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동북지방 및 오키나와 등에 한해 복수비자발급을 허용해 1년 만에 회복한 전례가 있다.

중국은 한국관광시장의 1등 고객이다.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2011년 200만 명, 2013년 400만 명을 돌파한데 이어 2014년에는 613만 명을 기록했다. 게다가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1인당 240만 원, 총 14조원을 소비해 장기불황에 빠진 내수 회복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특히 내년은 '한국 방문의 해'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중국인 관광객의 불편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김 차관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중 교류규모가 2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기대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가 패키지 관광이 판치면서 한국 관광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의 재방문율은 25.7%에 그쳤다. 여행 만족도가 조사대상 16개국 가운데 14위로 최하위 수준이었다. 메르스 사태로 성수기인 7-8월에 중국 관광객 예약률이 전년대비 80% 급감했다.

◇단계적 허용 검토, 불법체류자 우려로 반대 목소리도= 무비자 제도 도입은 이처럼 빨간불이 켜진 유커 유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소득수준 등을 고려해 중국 관광객에게 무비자를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 호구자에 대해 무비자를 우선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문제는 무비자 허용시 불법체류자 증가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현재 불법체류자는 20만8778명에 달한다. 특히 2010년 2만2543건이었던 외국인 범죄건수는 지난해 3만684건으로 증가했다. 범죄인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7만4742건으로 가장 많아 무비자 전면 허용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다.

외교부는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제도가 방향성은 좋지만 불법체류 등 발생 가능한 문제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비자면제는 당장 시행하기는 어렵다"며 "중국인 관광객이 너무 많고 특히 중국인의 불법체류 문제가 심각해 법무부에서도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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