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니투데이 MT시평 필진이 추천하는 '지혜의 책'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김영수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744쪽/ 2만5000원.
김영수가 쓴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를 읽었다. 사기 130권을 관통한 인간통찰이라는 부제가 흥미로웠다. 그는 흉노와의 싸움에 패해 투항한 장군 이릉을 변호하다가 한무제의 노여움을 사 궁형(宮刑)에 처한다. 그로서는 치욕을 삼키며 쓴 눈물의 책이다. 북송의 재상 구양수는 “세상에서 뜻을 잃은 자가 마음에 맺힌 것을 깊이 생각하여, 감격 발분하는 것을 오로지 문장이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저자는 사기를 인간에 관한 책으로 접근한다. 서평에서 사기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 “사기는 인간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책’이다 우리가 사마천을 알고 사기를 읽어야 하는 가장 큰 까닭은 사마천과 사기가 ‘참다운 인간성의 회복’과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길로 우리를 이끌기 때문이다.”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기열전을 중심으로 사기의 의미를 추적하고 있다. ‘책략가와 유세가’ ‘로비스트의 시대’ ‘인간관계의 묘미’ ‘권력과 인간’ 등의 제목에서 인간 중심의 저술 의도를 분명히 밝힌다.
책에는 오자서, 한신, 장량, 항우, 범려 등 영웅들의 행적이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다. 저자는 인간의 신념을 역사를 움직이는 중요 인자로 보는 듯하다. 도리와 탐욕을, 인간을 흉하게도 망하게도 만드는 요인으로 인식한다. 특히 천하위공(天下爲公)의 마음가짐이 중요함을 역설한다. 군주가 왕도를 추구할 것이냐 패도를 추구할 것이냐 기준도 결국 군주의 공심(公心)이 좌우한다고 본다. 최근의 정치상황을 대입해 보면 천하위공의 의미를 강조하는 이유가 마음에 와 닿는다.
사마천은 친구인 임안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정말로 만일 이 역사서를 완성하여(중략) 영원히 전하고(중략) 유포하는 일이 가능해지면, 그때야말로 내가 받았던 치욕을 보상받는 것입니다”고 역설했다. 사마천의 치열한 역사인식이 저자의 유려한 필체를 통해 재현된다. 사기의 신묘한 세계에 들어가는데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 아주 작은 반복의 힘=로버트 마우어 지음. 장원철 옮김. 스몰빅라이프 펴냄. 227쪽/1만3000원.
한해가 저물고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하려고 했던 일을 얼마나 했나. 너무도 빨리 가버린 시간을 탓하기도 하고, 의지 약함을 탓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새해 다시 정한 일을 후회 없이 할 수 있나 고민한다. 서가에서 발견한 한 책이 하나의 좋은 방법을 알려준다.
책의 저자는 뭔가 결심한 큰일을 해내려면 오히려 일을 아주 작게 반복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역설적이지만,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면 상당히 설득력 있다. 그는 의대에서 22년간 쌓아올린 뇌 생리학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는 우리 조상이 수백만 년 원시시대에 쌓아온 방어본능을 고스란히 우리 뇌 속에 시스템으로 갖고 있다고 말한다.
소위 변변히 무기 하나 없던 때 혼자 가다 갑자기 맹수를 만나면 생각이고 뭐고 없이 재빠르게 도망쳐 살 곳을 찾아야 했던 그 방어기제가 그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방어반응(defense reaction)이라 부르는데, 오랜 세월 이어진 이 방어반응이 지금도 우리의 뇌를 완벽하게 지배한다. 평소 하지 않던 운동이나 공부를 시작하거나 잘 마시고 피던 술과 담배를 끊을 때, 우리 뇌는 갑작스러 상황변화로 인식해 맹렬한 방어반응을 작동한다. 우리 뇌는 외적 변화에 대해 본능적인 알레르기가 있단 얘기다.
저자의 말대로라면 목표와 결심을 이루려고 ‘내일부터 내 생활을 완전히 바꾸리라’ 두 손을 불끈 쥐는 순간, 원시적인 자기의 방어본능에 대해 전쟁을 선포하는 셈이 된다. 외부 역경을 헤쳐나가기도 전에 내부의 적에 발목을 잡히는 꼴이니 일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이때 이 책의 저자가 와서 조용히 작은 목소리로 코치한다. 뭔가 큰일을 해내는 유일한 방법은 아주 작은 일의 반복이라고. 한마디로 우리 뇌가 놀라지 않게 달래면서 변화를 뇌의 시스템에 조금씩 체화시켜야 한단 얘기다. 하루 1시간 운동이 아니라 1~2분 운동하고, 한 시간 공부가 아니라 5분 공부로 가볍게 시작한다. 그리고 뇌가 이 변화를 습관처럼 받아들일 때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는 것이다.
책의 매력은 스스로 의지와 인내심이 부족하다고 자책하는 현대인에게 ‘작지만 반복해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는 것이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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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속도=리처드 돕스, 제임스 매니카, 조나단 워첼 지음. 고영태 옮김. 청림출판 펴냄. 348쪽/ 1만6000원.;
세계 경제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변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지금은 18세기 산업혁명과 비교하면 10배 빠르고, 300배 더 크며, 3000배나 더 강하다. 이로 인한 세계 경제의 충격은 엄청나다. 경제의 주체들이 이 변화의 파도를 올라타려면 기존의 행태와 방식을 심대하게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멕킨지글로벌연구소가 지난 25년간 세계 경제를 추적한 끝에 내놓은 ‘미래의 속도’는 바로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의 원제목은 ‘예사롭지 않는 혼란’(No Ordinary Disruption)이다. 지금 일어나는 변화의 속도가 ‘보통이 아닌’ 단절과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25년간 지속 돼온 ‘대안정기’(Great Moderation)가 끝나면서 파괴적인 4가지 힘이 쓰나미 같이 몰려올 것을 전망한다.
경제 중심축이 신흥국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혁신을 가속화 하는 기술의 영향력이 급격히 커지며, 세계인구가 빠르게 고령화되고, 교역 및 자본·사람·정보 흐름의 가속화로 전 세계의 연결성이 강화되고 있다 (책 1부). 이러한 파괴 뒤에, 전에 없는 규모의 소비시장 등장, 자원과 자본의 비용 급증, 숙련노동의 부족, 승자·패자가 계속 바뀌는 무한경쟁, 정책의 불확실성이란 새로운 흐름이 생겨난다는 것이다.(책 2부)
속도의 시대는 파괴와 불안정을 초래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준다. 집단적 직관을 다시 조정하고 고성장시장에 새로운 접근법을 개발하며 트렌드 변화에 더욱 기민하게 대처할 때 기회는 나의 편이 된다. 이를 위해선 세계가 움직이는 방법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것의 상당 부분을 버려야 한다.
하지만 이 책이 궁극적으로 주문하는 것은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직관시스템의 조정’이다. 인문학적 사유로 사회과학적 미래의 속도를 극복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인구와 일본 경제=요시카와 히로시 지음. 츄코신서 펴냄. 200쪽/760엔.
인구는 경제 성장에 중요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생산연령 인구가 감소하게 되면 경제의 장기적 쇠퇴가 불가피하다는 비관론이 있다. 그러나 ‘인구와 일본경제 - 장수, 이노베이션, 경제성장’(츄코신서)는 이러한 비관론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저자는 과거 150년간의 일본 인구와 실질 GDP의 추이를 비교해 양자 간에는 격차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1870~1994년 사이에 일본 인구는 3배 넘게 늘어났으나 실질 GDP는 30배 이상 확대했기 때문에 양자의 격차인 1인당 소득, 생산성의 확대가 경제 성장의 결정적 요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본서는 이노베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IoT(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산업혁명을 일으키는 흐름을 활용해서 일본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AI의 확산으로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으나 과거 200년간의 기계화 역사는 1인당 소득의 확대에 이바지 했다. AI도 인간의 소득을 늘려 주고 그 혜택은 일반 서민에게도 미칠 것이라고 본서는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이노베이션의 기초인 기업의 투자 의욕은 인구감소 및 고령화로 감퇴될 수 있다. 케인즈도 인구감소기에 접어든 영국경제에 대한 분석을 기초로 기업의 동물적인 투자의욕과 소비 진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저자는 경제학이 인구문제를 어떻게 보고 왔는지를 살펴보면서 소비를 자극할 수 있는 새로운 사치품, 서비스의 개발이야말로 인구감소 시대의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한다. 물론,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사회보장과 재정의 붕괴 압력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며, 인구의 감소와 저성장을 방치할 경우 결국 빈곤문제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인구는 중요하지만 모든 문제를 숙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며, 지나친 인구비관론으로 성장을 포기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합리적 계산을 뛰어넘는 동물적인 사업 의지, 사회를 능동적으로 혁신하겠다는 구상에 뒷받침된 기업투자로 이노베이션을 촉진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