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법' 국민투표하는 스위스, 한류를 주목한 이유

유승목 기자
2022.04.02 08:30

[한류 통신원리포트](11화)넷플릭스법 제안한 스위스, 영화산업 보호하며 한류 초석 닦은 K콘텐츠 모범사례로 조명

[편집자주]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게임', BTS로 대표되는 K팝 등 한국의 콘텐츠들은 이제 새로운 물결에 머물지 않고 세계적인 현상으로 거듭나고 있다. 전 세계적인 한류 현상을 누구보다 빨리 체감하고 소식을 전하는 이들이 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42개국 46개 지역에서 통신원 제도를 운영한다. 다양한 경력을 갖춘 통신원들은 각국의 한류 이야기를 리포트 형태로 작성한다. 한달에 올라오는 리포트만 평균 100여건에 이른다. 머니투데이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과 공동기획으로 한류 통신원들이 전하는 소식과 그들의 이야기를 게재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에서 시작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까지 한국산 대중문화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면서 한류를 바라보는 해외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글로벌 OTT(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 공룡 넷플릭스의 영향으로 정작 자국 콘텐츠 생태계가 메마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스위스에선 한류 붐을 일으킨 한국을 모범사례로 삼아 활로를 찾고 있다.

스위스에서 활동 중인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의 박소영 한류통신원은 최근 스위스 정부가 제안한 새로운 영화법을 조명했다.

'렉스 넷플릭스(Lex Netflix·넷플릭스법)'로 명명된 이 법안은 OTT 등 스트리밍 기업이 스위스에서 거둬들인 수익금의 4%를 자국 영화제작 산업에 투자하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다음달 국민투표에 부쳐질 예정인데, 해당 법안으로 스위스 영화계 전반이 들썩이고 있다.

넷플릭스법은 스위스 영화·미디어 산업의 위기에서 나온 해법이다. 코로나19(COVID-19) 여가 대안으로 떠오른 넷플릭스는 스위스인들의 문화생활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옴과 동시에 부작용도 가져왔다. 현재 스위스 내 넷플릭스 이용자만 전 국민의 30%에 해당하는 280만명이 넷플릭스를 이용할 만큼 OTT를 통한 영화·드라마 시청이 활성화 됐지만, 정작 스위스 영화계는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스위스 작품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주목받지 못하고 있단 점에서다. 스위스 영화인들이 적은 투자액에도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시장 주류가 된 넷플릭스 등 OTT 경쟁에서 글로벌 작품들에 밀리며 성장동력이 꺼지고 있는 것이다. 박 통신원은 "스위스 영화의 넷플릭스 공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스위스인들도 굳이 찾아보려 하지 않는다고 언론에서 지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빈, 손예진 주연의 '사랑의 불시착'. 스위스에서 촬영한 사실이 알려지며 한류 열풍과 함께 스위스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사진제공=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에 따라 스위스 정부가 영화산업 회복을 위해 보호정책을 내세웠는데, 이 배경엔 최근 스위스 내에서 부는 한류 열풍이 있다. 올해 초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5000억원 이상을 투입한다고 발표하며 각별한 사랑을 드러내고, 한국이 헐리우드같은 주류 시장이 아닌데도 오징어게임같은 메가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스위스 내에선 한국 문화산업의 성공요인을 분석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스위스 언론 등에선 한국의 장기간에 걸친 영화산업 투자와 자국산업 보호가 한류를 만들었단 결론을 내고 있다. 스위스 독일어 공영방송 SRF는 지난달 "한국은 세계적 문화강국으로 거듭났는데, 1997년 동아시아 경제가 흔들리던 무렵 한국 정부는 문화산업 수출을 강하게 장려하고 나섰다"며 "수십년 간 한국 영화산업은 정부 보호와 장려 속에서 국제적 성공을 준비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은 1990년대부터 문화 수출을 장려하며 콘텐츠산업을 집중 육성했다. 김영삼 정부가 영화 '쥬라기공원'이 거둔 수익은 현대자동차 150만대 판매액과 맞먹는다며 영화산업 투자를 장려했고, 김대중 정부는 각 대학에 콘텐츠 관련학과를 신설하고 일본문화를 개방하며 한류 초석을 닦았다. 또 1996년부터 10년 간 적용됐던 146일의 스크린쿼터는 당시 전 세계 최다일수로 꼽힌다.

박 통신원은 "스위스에선 2019년 현빈과 손예진 주연의 '사랑의 불시착'이 스위스에서 촬영하며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오징어게임이 정점을 찍으며 한국 문화산업에 대한 분석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스위스도 영화 'Unruhe(Unrest)' 제작자인 시릴 쇼이블린 감독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는 등 스위스 영화의 가능성을 입증한 만큼 넷플릭스법 투표에 기대를 걸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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