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후 첫 주말을 보냈는데 많은 분이 관람해 주셨어요. 인상적인 반응은 '미피' 캐릭터를 팬시나 문구류 제품을 통해 알고 계셨던 분들도 그림책과 원화를 함께 감상하면서 미피의 세계를 알아가는 과정을 매우 즐거워하셨어요. 성인 관람객도 관람 내내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미피 탄생 70주년을 기념하는 '미피와 마법 우체통' 전시가 아시아 최대 규모로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센트럴뮤지엄에서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캐릭터와 원화, 미디어아트, 스토리를 절묘하게 접목, '전시 그 이상'의 공간을 구현했다는 평가다.
이번 전시를 기획하고 공동주최하는 (주)피플리는 네덜란드 현지의 미피 박물관과 딕 브루너의 작업실을 접하면서, 미피 캐릭터가 가진 스토리의 매력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후 미피 캐릭터가 가진 공감 능력과 딕 브루너의 철학을 한국 정서에 맞도록 재현해내는데 1년 이상이 걸렸다. 개막식 때 현장을 찾은 미피의 저작권사인 네덜란드의 메르시스(Mercis)측도 미피와 원작자인 딕 브루너의 철학인 'less is more'를 완벽하게 구현한 전시라고 극찬했다. 피플리는 앞서 지난 2023년 하리보 100주년 특별전시에서 관람객 25만 명을 끌어모은 실력있는 전시 비즈니스 기업이다.
지난달 25일 전시가 열리고 있는 인사센트럴뮤지엄을 찾아 이번 전시를 기획 총괄한 피플리의 이민재 대표, 이명호 본부장, 한나은 감독을 만나 준비 과정, 이번 전시의 의미 등에 대해 들었다.
-미피 전시가 개막한 지 사흘이 지났다. 관람객 반응은 어떤지.
▶(이민재) 이제 첫 주말을 보냈는데, 많은 분들이 관람해 주셨다. 인상적인 반응은 미피를 캐릭터를 통해 알고 계셨던 분들이 많은데, 동화책의 이야기와 원화를 함께 감상하면서 미피를 알아가는 과정 자체를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전시장 관람객 표정에 미소가 가득해 저 또한 보람을 느꼈다.
-미피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캐릭터이다. 한국에서 미피 전시가 지니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이명호) 이번 한국 전시에 메르시스가 특별히 컴퓨터 생성 이미지CGI (computer-generated imagery) 작업을 이례적으로 허용해준 부분이 많았다. 딕 브루너 작가와 미피는 오랜 시간 동안 팬들에게 2D 그림으로 소개됐다. 2000년대에 비로소, 스탑모션을 통해 3D로 제작과 연출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하지만 CGI는 상당히 조심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메르시스가 이번 협업을 통해 CGI 작업을 긍정적으로 오픈했고, 스토리텔링까지 가능케 한 점은 피플리 뿐 아니라 한국 관람객들에게도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특히 수많은 해외 전시에서 한번도 선보이지 않은 미피와 친구들의 '스탑모션 피규어'를 최초로 공개한다. 이뿐 아니라 딕 브루너 자신을 투영한 '블랙베어'를 전시한다는 것은 메르시스에게도 한국전시가 특별하다고 하겠다.
-미피 70주년 전시를 기획하게 된 배경과 이번 전시에서 가장 중점을 둔 메시지나 주제가 있다면.
▶(이명호) 2023년부터 미피를 기획하고 준비했다. 피플리가 가장 자신 있는 스토리 중심의 미디어 전시의 역량을 통해 스토리, 미디어, 아트워크가 조화로운 아이템을 찾던 중 '미피'라는 캐릭터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훌륭한 IP라는 판단을 했다. 미피라는 캐릭터에만 그치지 않고, 미피 원작자인 딕 브루너의 철학인 'LESS IS MORE'를 투영하는데도 중점을 뒀다. 미피의 원작자인 딕 브루너는 사실 네덜란드의 국민 작가이다. 하지만 국내 출판 관계사 또는 일부 갤러리를 통해 미피 소개와 전시가 열린 적은 있으나, 작가를 조명하고 미피의 탄생 배경과 딕 브루너의 작업 기법을 선보인 전시는 '미피와 마법 우체통'이 최초다.
▶(한나은) 이번 전시에서 가장 중점을 둔 점은 미피 뿐 아니라 친구와 가족들이 있는 세상을 전부 보여주는 것이었다. 미피의 세상은 배우고, 즐기고, 성장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런 세상을 알려주려면 미피 외에도 가족과 친구들 캐릭터 소개가 필수적이었다. 미피 이야기는 작가 딕 브루너가 아이들에게 선물한 세상이고, 전시에는 그 세상을 구현한 작가까지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작가 딕 브루너의 원칙은 '어린이 세계에 대한 존중'이다. 이러한 그의 원칙과 미피의 가치를 전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피의 단순한 그래픽을 살펴보면 미피의 감정이나 상황을 자연스럽게 인지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딕 브루너가 장면을 구상할 당시, 많게는 수백 장을 스케치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한 장면만으로도 충분한 전달력을 완성했다.
-미피 캐릭터 탄생 7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이나 이벤트가 있는지.
▶(이명호) 물론이다. 실제 미피의 70번째 생일은 2025년 6월 21일이다. 이때는 특별 굿즈 출시 또는 깜짝 이벤트를 통해 전시장이나 전시장 밖에서도 즐거움을 나눌 예정이다. 또 도슨트 프로그램을 진화시킨 소규모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으로 더치 디자인과 일러스트를 알리고자 한다. 또 딕 브루너 고유 컬러를 통해 퍼스널 컬러를 찾고, 이를 활용하는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미피 전시는 한국을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 개최된 것으로 알고 있다. 기존 진행됐던 '미피 전시'와 이번 전시의 차이점이 있다면.
▶유럽과 일본에서는 미피의 원화 전시를 자주 열었다. 국내에서도 2019년에 개최됐었다. 이번 전시는 특별히 전시를 위한 '영상 제작'이 가능했다. 미피의 세상을 원화는 물론, 대형 미디어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이 큰 차별점이다. 무엇보다 인터렉티브 미디어로, 미피와 미피의 친구들과 상호작용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전시 구성도 미피의 집, 친구들이 있는 마을 등 다채로운 공간 안에 관람객이 직접 들어갈 수 있도록 제작됐다. 이러한 구성은 단순히 미피를 둘러보는 방식이 아닌 미피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데 기존 전시와 차별점이 있다.
-미피 캐릭터로 대규모 전시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동기나 계기가 있는지.
▶(이명호) 그동안 미피 관련 팝업이나 원화 전시는 있었지만, 미피의 세계관을 담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누구나 함께 하고픈 미피의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성인 기준의 실물 사이즈 미피 세상을 보여주려고 대규모 전시를 준비했다.
또 한 가지는 딕 브루너 작가가 지난 2017년 세상을 떠나면서 국내에선 처음으로 선보이는 회고전이다. 작가의 작업 방식뿐 아니라 방대한 아카이브 자료와 더치 디자인, 그리고 미피가 국내 현대미술 작가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접근하다 보니 방대한 작업물을 보여주게 돼 규모가 늘어났다.
-미피 70주년 전시에서 관람객이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 포인트가 있다면.
▶(한나은) '꿈의 언덕'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스케일의 극명한 대비로 공간을 구현했다. 커다란 우체통으로 들어가 엄청 커다란 편지 더미를 보고 있으면, 미피의 세계로 들어가도록 안내한다.
관람객에게 동화 속 주인공 같은 기분을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 그 방식에서 가장 포인트가 되는 공간이 꿈의 언덕이다. 관람객이 직접 언덕을 올라 3면으로 펼쳐지는 대형 미디어를 관람하면서 미피와 함께 꿈속으로 빠져드는 경험은 강력추천한다.
-피플리에서 기획했던 하리보 전시가 관람객 25만 명을 달성했고, 이번 전시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화 전시에 비해 미피와 같은 캐릭터 전시의 매력은 무엇인지.
▶(이민재) 하리보 100주년, 미피 70주년 등 전시로 이루어지는 IP의 공통점은 3세대를 아우르는 시간동안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캐릭터를 살펴보면 시대가 변하면서 형태와 색상이 미세하게 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철학과 코어 디자인 및 컬러는 더욱 강하게 유지된다. 미피의 경우는 'less is more' 라는 철학이다. 또한 반세기가 지난 캐릭터들은 원화가 존재하는 IP이다. 이는 전시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의미와 울림을 줄 수 있는 컨텐츠다.
저희는 역사가 내재된 캐릭터를 주로 소개한다. 1~2년 단시간에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니라 미피는 70년이 됐고, 하리보는 100년의 이야기가 담겼다. 그래서 귀여움에 이끌려 온 관람객들도 긴 세월 속에 담긴 캐릭터의 성장 히스토리와 아카이브를 보면서, 새롭게 다가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라고 알고 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한나은) 'less is more', 깊은 간결함이라는 다소 무형적인 가치를 전시에 구현해내는 점이었다. 지금까지의 전시는 많은 요소를 사용해 관람객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제작해 왔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메르시스와 협의하면서 가장 많은 요구사항이 '요소를 줄이고 단순하게 가자'라는 것이었다. 많은 것을 덜어냈기에 심심하거나 '공간이 비어보이지 않을까'를 우려했는데 미피의 디자인은 메르시스에서 강조한것처럼 빈 곳에서 완성되는 놀라움을 보였다.
그들의 디자인 철학을 이해하며, 전시 공간을 구현하는 과정이 제 개인에게도 큰 경험이 됐다. 이전에는 시도해보지 않았던 생략의 방식으로 전시를 완성하게 돼 매우 뜻깊은 작업이었다.
-이번 전시에서 미디어아트의 특징적인 면을 설명한다면.
▶(한나은) 관람객에게 다양하고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센서 기반의 인터렉션 미디어를 제작했다. 전시 존(zone)1 홈 스위트 홈의 '아빠의 정원'은 관람객의 걸음에 따라 실시간 꽃으로 피어난다. 관람객이 꽃길을 걸을 수 있도록 재현해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존1 홈 스위트 홈 '미피의 옷장'은 옷장에 RFID 리더기, 옷걸이에 RFID 태그를 부착해 미피의 다양한 패션을, 옷걸이 인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리보 전시 흥행 이후에 제주도 상설관이 설치된 것으로 알고있다. '미피와 마법 우체통'도 국내 다른 지역이나 국가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있는지.
▶(이민재) 현재 하리보 프랑스 전시장의 설계도 피플리가 맡아서 진행 중이다. 저희가 글로벌 IP를 기반으로 전시를 기획하는 이유는 확장성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세계시장에서 퀼리티 높은 전시 기획력을 인정받음으로써 다양한 IP 파트너사에게 신뢰받는 계기가 마련된다. 아직은 전시 초반이기에 구체적 계획은 없지만, 이번 전시의 확장 역시도 피플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피플리는 하리보에서 미피까지, 주로 캐릭터 전시를 주최하고 있는데 앞으로 전시 계획과 비전은.
▶(이민재) 피플리는 전시 기획사 라기보다는 전시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다. 미피와 같은 자체 전시도 제작하지만 큐피커(Qpicker)라는 티켓, 오디오가이드 플랫폼을 통해서 D2C(Direct to Customer) 전시 비즈니스를 한다. 흥행성 높은 자체 전시를 기반으로 전시 플랫폼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현재 30만명 이상이 큐피커를 이용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피플리 자체 전시 브랜드인 '큐피커 시리즈'의 첫 번째 프로젝트다. 앞으로도 큐피커를 통해 다양한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미피와 마법 우체통' 전시를 찾는 관람객에게 전할 말씀이 있다면.
▶(이민재) 자신이 이미 미피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면, 이번 전시장을 찾고선 깜짝 놀랄 수 있다. 잘 짜여진 스토리와 미디어아트로 심도있게 구현해 낸 미피 세상에 빠지게 된다. 미피의 캐릭터가 주는 귀여움에 더해 이면의 상징성과 철학까지 팬들이 기대하는 만큼 만족할 만한 전시라고 자부한다. 친구와 연인 그리고 조부모와 자녀까지 3세대가 함께 소중한 시간을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번 전시는 내년 8월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센트럴 뮤지엄에서 개최된다. 많은 관람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