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문화나 콘텐츠에 빠져 고액 소비나 여행도 서슴지 않는 '덕후'(오타쿠, 매니아)들이 지역 도시의 최대 손님으로 떠오른다. 관광업계는 우리 시장의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인 수도권 편중 현상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8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역 도시들은 최근 덕후를 겨냥한 관광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글로벌 인기 그룹 BTS를 활용한 '방탄 투어(여행)'가 대표적이다. 뮤직비디오 촬영지인 주문진(강원 강릉), 새만금 간척지(전북 부안)부터 뷔(대구), RM(경주) 등 멤버의 고향을 방문하는 등 형태도 다양하다. 경주의 한 여행사 대표는 "방탄 투어는 국적과 시기에 관계없이 문의가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먼저 드라마나 영화 속 장소를 찾는 경우도 많다. '태양의 후예', '사랑의 불시착' 등 드라마의 인기로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들며 쏠쏠한 재미를 본 경기도 파주와 강원도 태백, 영월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외국인 관광객이 우리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했다. 대만의 인기 인플루언서 1위로 뽑힌 이다혜 치어리더의 고향을 방문하는 전주 투어는 현지에서 출시되자마자 매진됐다.
'덕후'들을 활용한 관광 마케팅은 세계에서는 이미 뉴노멀이 됐다. 기반시설(인프라)이 없어도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 몰입한 팬들을 유치할 수 있고 굿즈(기념품), 음식 등 2차 소비로 이어지기도 쉽다. 고투마켓리서치는 '덕후'들이 가장 선호하는 문화 중 하나인 애니메이션과 연계된 관광 시장 규모를 지난해 12억달러(약 1조 75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하며 2035년까지 연평균 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덕후 문화를 관광에 가장 잘 접목한 국가는 일본이다. 우시쿠 시는 인구 8만명의 조용한 도시지만 연간 4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애니메이션 '러브라이브' 관련 상품으로 대박을 쳤다. 인구 15만명의 소도시 사야마 시도 지브리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로 연간 수만명 이상이 몰려드는 명소가 됐다.
유럽에서는 '덕후'들이 관광지를 점령하는 사례가 매우 흔하다. 비주류로 평가받던 판타지 영화를 주류로 끌어올린 대작 '반지의 제왕'을 촬영한 뉴질랜드의 마타마타는 인구(1만여명)의 수십배에 달하는 팬들이 매년 모여든다. 프랑스의 그라스는 '향수 덕후'들의 성지다. 니스에서도 차로 1시간 이상 떨어져 있는 외진 곳이지만 '후각의 천국'으로 불리며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은다.
관광업계는 이같은 '덕후 마케팅'이 우리 관광 시장의 새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올해 역대 최고 수준의 관광객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지만 과반수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지역 소도시는 여전히 혜택이 적다. 한국관광공사의 집계에서는 지난 10월까지 외국인 관광객 소비의 84.5%가 서울과 인천, 경기도에 몰려 있었다.
관광 플랫폼 관계자는 "'팬심'으로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사소한 것들까지 모두 소장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다른 관광객에 비해 1인당 지출액, 체류 기간이 길다는 특징이 있다"며 "여러 방면에서 우리 문화가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지역 소도시들도 분야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