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계에서 박물관은 단연 최고의 '핫플'로 꼽힌다. 연간 650만여명이 찾는 세계 '톱 3' 국립중앙박물관 외에도 민속박물관, 경주박물관, 공주박물관 등 수많은 박물관들이 국내외 관람객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문화체육부 장관보다 중앙박물관장이 낫다'는 유홍준 중앙박물관장의 말에도 최근의 '박물관 열풍'이 묻어 있다.
26년간 박물관 큐레이터(전시 기획자)로 일해 온 유승훈 작가의 저서 '큐레이터의 기획법'은 인기의 비결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지침서다. 박물관의 안팎에서 전시를 책임지는 큐레이터들의 생태를 고스란히 다루고 있다. 기획법을 궁금해하는 큐레이터들뿐만 아니라 박물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박물관 관계자가 아니라면 알기 어려운 일화들이다. 이건희 컬렉션이나 고궁박물관의 기획전, 아르떼뮤지엄의 디지털 영상 전시 등 다양한 전시들을 큐레이터의 시각에서 꼼꼼하게 서술한다. 어떤 전시는 왜 부족하고, 어떤 전시는 왜 잘됐는지에 대해 내부자의 시각에서 풀어놓는 이야기 보따리가 재미있다.
저자가 거듭 강조하는 기획 철학인 '스토리텔링 전시'도 인상적이다. 전시품을 늘어놓는 데서 그치지 말고 관람객들에게 흥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 구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책은 스토리가 미흡한 전시는 완성도를 떨어트리고 전시 구성을 허약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소금과 설탕을 한 번에 선보인 전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질적인 맛을 한 데 몰아넣어 오히려 집중도를 낮췄다.
책을 읽고 나면 특별전, 국제전이 왜 그렇게 구성돼 있는지 파악하기 쉽다. 주제와 콘셉트를 결정할 때나 해외의 유물을 빌려올 때, 우리가 해외에서 전시를 펼치기 위해 필요한 수많은 물밑작업, 심지어는 가벽을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까지 상세히 설명돼 있다.
철저하게 '박물관의 입장'에서 씌어 있어 관람객이 읽기엔 이해가 어렵거나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다. 관련 상식이 없는 독자라면 용어나 학술적 인용에 대해 공부가 필요하다. 국내 박물관의 사례는 풍부하지만 해외 박물관에 대한 연구가 조금 더 많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는 국립민속박물관과 서울시 학예연구사, 부산박물관 등 국내 주요 박물관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큐레이터다. '역사의 대동맥, 영남대로', '조선의 외교관, 역관'등 굵직한 전시를 기획하며 쌓은 경험을 책으로 알려 왔다. 2012년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했으며 2013년 펴낸 '부산은 넓다'는 부산의 10대 히트상품에 선정됐다.
◇큐레이터의 기획법, 생각의힘, 2만 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