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20년 데이터가 말한다...시장 따라가는 게 '이기는 투자'

김지현 기자
2026.10.05 10:47

"연초 이후 코스피 지수 대비 OO%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개별 종목이나 ETF(상장지수펀드), 기타 금융상품이 높은 수익률을 거뒀을 때 흔히 볼 수 있는 문구다. 시장 지수를 '이겼다'는 점을 강조할 때 주로 쓰인다. 하지만 기간을 연초 이후가 아닌 10년, 20년으로 넓혀도 똑같이 말할 수 있을까.

증권사와 투자자문사에서 26년간 일하며 자본시장에 몸담아온 저자 김대중은 이 같은 물음에 "아니다"라고 답한다. 단기적으로 시장을 앞서는 전략은 끊임없이 등장하지만 그 성과를 오래 유지하는 전략은 드물다는 것.

신간 『이길 수 있는 투자만 하라』는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수를 이기는 액티브 펀드는 거의 없다는 점을 역설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S&P다우존스지수(S&P Dow Jones Indices)가 발표하는 'SPIVA 스코어카드'를 든다. 이 자료는 20년 넘게 전 세계 주요 시장의 액티브 펀드 수익률을 해당 벤치마크 지수와 비교·분석해온 장기 데이터다. 기간별로 액티브 펀드가 지수를 얼마만큼 웃돌았는지 혹은 밑돌았는지를 보여준다.

지난해 말 기준 최근 1년간 미국 S&P500 지수를 웃도는 수익률을 거둔 액티브 펀드의 비율은 21.22%다. 3년 기준으로는 33.16%로 전체 펀드의 3분의 1에 달한다. 하지만 5년 이상 구간부터는 이 비율이 10%대로 뚝 떨어진다. 구체적으로 △5년 11.04% △10년 14.41% △15년 10.07% 수준으로 중장기 구간에서는 시장을 이길 확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저자는 시장을 이기는 방법을 찾기보다 시장의 흐름에 꾸준히 참여하는 것이 '이기는 투자'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금융업계에서도 연금 설계와 노후 자산관리 분야의 전문성을 쌓아왔다. 지수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셈이다.

책은 복리의 힘을 중심으로 장기투자의 기본 원칙을 설명한다. 자산배분과 운용보수·세금 등 비용 관리처럼 투자자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요소에 집중해 실질 수익률을 높이라는 것. 퇴직연금 같은 장기 자산일수록 더 중요한 원칙이다. 어떤 상품을 고르든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초과 수익은 사라지고 시장 평균 수익률로 수렴하기 때문이다. 수익률 같은 정량적 측면 외의 장점도 있다. 시장을 따라가기로 하면 새 상품을 찾느라 시간과 노력을 들일 필요가 없다.

저자는 "투자의 세계에서 진정한 경쟁력은 새로운 전략을 발견하는 데 있지 않다"며 "오랜 시간 검증된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내는 데 있다"고 말한다.

◇이길 수 있는 투자만 하라, 바른북스,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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