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고용안정’ 책무 추가되나

유엄식 기자
2017.06.17 06:41

새 정부 일자리 정책 지원 차원에서 논의…한은 내부는 부정적 기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오전 한국은행에서 열린 5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한국은행 통화정책 목표(책무)에 ‘고용안정’이 새롭게 추가될지 관심이 모인다.

‘일자리 확대’를 최우선 목표로 내세운 새 정부 거시경제 정책방향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정치권 안팎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다만 한은 내부적으로 부정적 기류가 있다.

16일 한은,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대표 발의한 한은 책무에 ‘적정인구 유지와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미국 연준(Fed)처럼 신규 고용자 수를 기준금리 결정에 중요한 판단 지표로 봐야한다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이 문제는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정희수 당시 기획재정위원장이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계속 거론된 문제다.

기재위 전문위원실은 "최근 고용부진이나 인구 증가세 둔화는 우리 경제 구조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화신용정책을 통해 고용안정 및 적정 인구수 유지를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검토 의견을 냈다.

다만 "물가, 고용 등이 거시경제 변수로 연계성이 있는 만큼 정부 정책과 조화 가능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박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한 시점에는 민주당이 야당이어서 이 논의가 큰 이슈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당이 집권 여당이 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 확대를 정부 경제정책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면서 한은 정책공조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현재 한은법 목적 조항에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 책무로 규정됐다. 이 가운데 금융안정 책무는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논의돼 2011년 한은법 개정으로 추가됐다.

만약 박 의원 개정안대로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한은은 물가‧금융‧고용안정 등 세 가지 정책 목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간단히 볼 수 없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5일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고용안정을 한은의 중요한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문제는 앞으로 좀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은이 고용에 대해 직접적인 대응을 안 한다는 것이지 전반적인 경기상황을 판단할 때 고용도 같이 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은 내부적으로 개정안에 부정적인 기류다. 기준금리라는 정책수단 하나만으로는 세 가지 책무를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한은이 제시한 신축적 물가안정목표제는 거시경제 안정을 도모한다는 의미”라며 “이는 물가안정과 함께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지속하는데 노력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도 하나의 성장 관련 지표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한은 고위 인사도 “현실적으로 금리 조정만으로는 직접 고용을 늘리기는 어렵다”며 "상충되는 목표가 많아질 경우 거시경제 여건상 금리조정 시기를 오판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고용안정을 중앙은행 목표로 명문화 한 곳은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일부 국가 뿐이다.

전문가들도 당장 한은의 명시적 책무로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방안에는 반대 의견이 많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이 보유한 정책수단이 기준금리 하나 뿐이어서 물가‧금융‧고용안정을 동시에 타켓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며 “추가적인 거시정책 수단 논의도 함께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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