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나무 족대를 들고 물속을 헤치자 푸르스름한 빛을 내는 어른 손바닥 길이 새우 수십 마리가 튀어 올랐다. 큼지막한 흰다리새우를 잡아 껍질을 벗기고 한 입 깨물자 '오도독' 씹히며 입안 가득 자연의 달콤함이 퍼졌다. 냉동 포장된 대형마트 수입산에선 절대로 느낄 수 없는 향기과 식감에 미소가 절로 났다.
수입산이 휩쓰는 국내 새우 유통의 판도를 바꿀 기술이 충남 태안에서 싹트고 있다. 지난 6일 찾은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태안센터는 바닷물이 필요 없는 양식 기법을 통해 키운 흰다리새우를 공개했다. 자연산과 다름 없는 품질에 더해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한 이 새우가 풀리면 '싼 맛에' 먹는 수입산 냉동새우는 곧 시장에서 밀려날 거란 확신이 들었다.
태안 신진항 인근의 서해수산연구소 태안센터의 양식산업동 건물 한 켠 작은 운동장 크기 비닐하우스가 있었다. 이곳 수조에서 자라는 것은 대하와 함께 한국인이 사랑하는 흰다리새우다. 마리당 25g 정도로 큰 이놈들은 연구원들이 수조에 들어가 수확을 시작하자 수면 위로 튀어 오르며 싱싱함을 뽐냈다.
놀랍게도 바다 생물인 흰다리새우를 키우는 물은 바닷물이 아니었다. 최완현 수산과학원 원장은 "물이 희뿌연 이유는 미생물이 다량 포함돼서"라고 설명했다.
바로 바이오플락 양식기법이다. 새우 배설물 독성을 중화하는 미생물을 키우고, 이를 다시 새우가 먹기에 물을 갈지 않아도 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바닷물 대신 지하수를 쓰고, 대신 흰다리새우 생장에 최적화된 칼슘과 마그네슘 등 이온을 섞어 인공해수염을 만들어주는 게 '저염분 바이오플락'이다.
수산과학원은 내륙지역 지하수를 이용한 저염분 바이오플락 새우양식을 추진했지만 전국 지하수 중 3분의 2는 새우 양식에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부적합 지하수를 새우가 살도록 만드는데 필요한 '최적 이온' 비율을 밝혀냈다. 이 비율을 맞추는 기술은 조만간 특허를 내서 어민들에게 이전할 방침이다.
인공해수염을 이용한 흰다리새우 양식의 가장 큰 강점은 경제성이다. 통상 해수를 희석해 양식할 때는 운송비용 등의 문제로 사육수 1톤당 1만1500원이 든다. 인공해수염은 1톤당 조성비용이 1231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바닷물이 필요 없어 내륙 농경지에서도 사육수로 키울 수 있다. 통상 해안가 인근 양식장 부지는 3.3㎡당 최대 80만원이지만 농경지는 5만원이면 매입할 수 있다. 초기 시설투자 비용이 줄면 양식비가 경쟁력을 갖는다.
수산과학원은 이미 2016년에 알제리 사하라 사막에서 저염분 지하수를 이용한 바다새우 대량 양식에 성공했다. 저염분 바이오플락은 양식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면서 경제성까지 확보한 '일석이조' 효과를 낸다.
흰다리새우가 크는 비닐하우스 옆에서는 양식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갑오징어 양식 연구가 한창이었다. 외부 수조에 옮겨 담아놓은 일부 갑오징어들은 어른 신발짝 만한 크기다. 뜰채를 가까이 대자 다양한 색깔로 변하다 끝내 먹물을 쏘는 게 자연산 갑오징어와 똑같다.
이 갑오징어들은 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에서 만든 인공종자에서 시작됐다. 2018년 국내 최초로 갑오징어의 초기 먹이를 밝혀내는 데 성공한 뒤 2019년 '인공 1세대'를 성체로 키웠다. 태안에 온 갑오징어는 인공 교접 2세대다.
육상에 수조를 만들어 보온시설을 통해 5~10월이던 양식 시기를 4~11월로 늘렸다. 단 년 생인 갑오징어는 1~2달 성장 차이가 확연하다. 이날 확인된 2세대 갑오징어는 모두 외투장(다리를 제외한 길이)만 20㎝를 넘었다. 무게는 300g 안팎. 수산시장에서 마리당 2만원에 팔리는 자연산과 맛도 똑같다.
수산과학원은 양식 갑오징어의 생존율을 높이는 후속 연구를 이어가면서 경제성이 보장되는 생존율을 확보한 뒤 민간에 양식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다.
수산과학원이 저염분 바이오플락 흰다리새우 양식에 뛰어든 건 수입산이 90%를 차지하는 국내 새우시장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연간 8만톤 가량의 새우를 먹는데 이 중 국내산은 7000톤에 불과하다. 지난해 새우 수입에만 4억853만달러(약 4600억원)를 썼다.
갑오징어는 오징어의 대체제로 각광 받았으나 생태 변화와 남획으로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다. 1983년 국내에서 5만9487톤이 잡혔으나 2010년 이후에는 매년 4000톤 안팎으로 잡히고 있다. 갑오징어가 잡히는 중국, 대만, 일본 등도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지만 대량양식 기술을 확보한 나라는 아직 없다.
최완현 원장은 "2019년 갑오징어 전주기 양식기술 개발에 성공한 뒤 양식장 적지 선정을 위한 자료를 축적 중"이라며 "앞으로 양식기술 고도화를 통해 갑오징어가 새로운 양식품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