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CJ제일제당과 대한제분 등 7개 밀가루 제조 및 판매사업자들의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가격 재결정명령을 포함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는 지난 19일 밀가루 담합 사건에 대해 심사관이 조사한 행위 사실, 위법성 및 조치의견 등을 기재한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7개 제분사에 송부했다고 20일 밝혔다.
7개사는 △CJ제일제당 △대한제분 △삼양사 △대선제분 △사조동아원 △삼화제분 △한탑 등이다. 이들 회사의 국내 밀가루 B2B(기업간거래) 판매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약 88%(2024년 기준)다.
심사보고서는 공정위 심사관이 조사 과정에서 파악한 위법성 및 그에 대한 조치 의견을 기재한 문서다. 단, 위원회 최종 판단을 구속하진 않는다. 향후 독립된 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건에 대한 최종 판단이 이뤄진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여간 밀가루 담합 사건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심사관은 7개사가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총 6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밀가루 판매가격 및 물량 배분 담합을 벌인 것으로 판단했다.
추후 과징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관련매출액은 약 5조8000억원으로 산정했다.
심사관은 7개 제분사의 담합행위를 '중대한 위법행위'로 판단하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부과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관련법령에 따르면 담합행위로 영향 받은 관련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이 경우 과징금은 최대 1조1600억원 규모가 될 수 있다.
특히 시정명령 내용에 가격 재결정명령도 포함했다. 가격 재결정명령은 위법 행위로 형성된 가격을 합리적 기준에 따라 재산정하도록 하는 시정조치다.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 이후 사실상 활용되지 않았지만 향후 공정위 전원회의(법원 1심 기능)를 거쳐 20년 만에 부활할 가능성이 커졌다. 당시에는 가격 재결정명령 이후 약 5%의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했다.
유성욱 공정위 조사관리관은 "민생과 밀접한 품목에 대해선 실효적인 행위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건에선 적극적으로 경쟁을 회복하는 조치로서의 가격 재결정명령을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제재 과정에서 심사보고서 송부 사실을 공개한 건 이례적이다. 유 조사관리관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 사회적 관심도를 고려해 공익적 측면에서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피심인의 방어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가격 담합 등 민생에 피해를 주는 불공정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정부 기조의 연장선상 행보로도 풀이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전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시장 지배력을 악용한 담합 행위는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고 시장 신뢰를 훼손하며 국민경제 발전을 방해하는 암적 존재"라며 "이런 반시장적 행위가 반복될 경우 아예 시장에서 영구 퇴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7개사는 심사보고서 수령일로부터 8주 내 서면의견 제출 및 증거자료의 열람·복사 신청 등 방어권을 보장받는다.
공정위는 밀가루 담합 사건이 민생물가와 직결된다는 점을 고려해 피심인 방어권 보장 절차가 종료되는 대로 최대한 신속하게 위원회를 열어 최종 제재 판단을 내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