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상생과 대화의 새로운 노사관계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
2026.03.16 04:31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

3월 10일 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됐다. 시행 첫날 221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접수됐던 교섭요구가 이튿날 27개로 줄어드는 등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 노사 모두 그간 정부가 노동계와 경영계의 의견을 경청해 구축한 제도적 틀 내에서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포스코, 쿠팡CLS 등에서 사측이 노동조합의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하고 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 분리신청이 31건 접수되는 등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상생의 대화가 시작됐다. 정부는 상생 교섭 모범사례가 발굴될 수 있도록 초기 혼선을 최소화하고 예측가능한 현장질서 구축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우선 정부는 사용자성, 노동쟁의 대상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참고할 수 있는 판단기준을 제시한다. 개별 사안의 경우 단체교섭 판단지원 위원회를 통해 면밀한 해석을 제공하고 자문사례는 공개하여 반복되는 쟁점에 대한 기준을 세울 것이다. 이에 더해 중앙노동위원회와 함께 마련한 원·하청 교섭절차 매뉴얼을 통해 제도가 입법 취지대로 작동하도록 뒷받침할 것이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와 노동위원회간 연계를 통해 분쟁 조정 기능도 강화한다. 교섭 과정에서 다툼이 발생하면 노동위원회가 핵심 쟁점에 대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판단해 갈등 확산을 방지하고 고용노동부는 의도적인 교섭 지연이나 회피가 의심될 경우 부당노동행위 여부를 살펴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것이다. 아울러 현장 이해도와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설명회를 개최하고 상반기 동안 정기 세미나를 진행할 계획이다.

공공부문에서 정부도 모범적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영역에서 공공부문의 교섭요구에 책임있는 자세로 임하고 교섭과 관계없이 처우개선 등을 협의할 수 있는 소통창구를 마련할 것이다. 또한 관계부처와 자치단체와 소통하며 현장에서 신뢰를 쌓고 공공부문에서의 상생협력 우수모델을 발굴해 민간 부문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다.

지금 이제 필요한 것은 입법 취지를 다시 한번 새기는 것이다. 그간 우리의 노사관계는 하청 노동자가 실제로 그들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주체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가 충분하지 못했다. 개정법의 취지는 제도의 공백으로 현장의 갈등이 제도 밖 충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고 하청 노동자가 실질적 결정권을 가진 원청과 소통하도록 "상생과 대화를 제도화"하고 "참여와 협력의 노사관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제도 시행 초기의 일부 시행착오를 개정 노조법 전반의 문제로 몰고가기 보다는 상생을 위한 과정으로 보고 상호 신뢰 기반의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경영계는 원·하청 상생이 기업경쟁력 강화로 이어짐을 직시하고 책임있는 자세로 상생의 해법을 찾아가길 바란다. 노동계도 절제와 타협의 자세로 대화에 임하며 상호 존중의 교섭 문화 조성에 힘써야 한다. 개정 노조법의 성패는 노사정 신뢰와 노력에 달려 있다. 정부도 현장과 소통하며 지원체계를 지속 보완할 계획이다. "대화로 여는 상생의 노동관계"가 현장에 뿌리내릴 때, 그것이 곧 지속 가능한 진짜 성장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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