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올리고 성장 꺾은 '중동발 딜레마'…"통화정책 방향 설정 어려워"

최민경 기자
2026.03.17 15:00

중동전쟁이 원자재 가격과 환율을 동시에 자극하면서 한국 통화정책 환경이 한층 복잡해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물가는 상방 압력이 커졌지만 성장에는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며 정책 판단 자체가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이수형 금융통화위원은 17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동전쟁 영향과 관련해 "물가 부분에서는 상방 리스크가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성장 측면에선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은 특히 현재 공급발 물가 상승과 수요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위원은 "상승된 가격도 중요하지만 상승세가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될지 여부와 지속 기간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며 "지금 수준에선 방향성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에 대해선 어느 수준이 적절한지 단정하기 이르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위원은 "안전자산 수요로 달러 강세가 나타나고 원화가 절하되면서 달러 수요가 다시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면서도 "한국의 원화가 주요 통화보다 변동성이 높긴 하지만 우리만의 요인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경상수지 흑자와 세계적인 반도체 사이클이 (중동전쟁에) 크게 영향 받지 않을 거 같다는 것이 시장의 반응"이라며 "거주자 해외투자도 상당 부분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024년 10월부터 금리 인하 기조였음에도 민간 소비 진작 효과가 더뎠다는 지적에 대해선 "경제주체 간 이질성이 높을 때는 전통적인 통화정책의 효과보다는 한계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금리를 더 낮췄으면 더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 효과가 약화된 배경으로 불확실성과 경제주체 간 격차 확대를 꼽았다. 이 위원은 "경제 활동이나 정치적 상황이 불안하면 경제 주체는 움직이지 않는다"며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기업들은 투자를 안 하고 개인은 저축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화정책의 효과성에 대해선 한계가 있었다곤 생각한다"면서도 "금통위의 통화정책이 잘못됐다거나 방향성을 바꿨어야 한다기보단 경제주체가 통화정책에 반응할 만큼 충분히 불확실성이 줄어든 상황이 아니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향후 금리 방향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 위원은 "중동전쟁과 관련해선 실물 부분 뿐만 아니라 환율과 금융적인 측면에서도 하루에 수십번씩 다른 반응이 나와서 판단을 내리기가 아직도 어렵다"며 "앞으로에 대해 예측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보를 반영해 고려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개입 전 진행된 2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의 경우 물가, 경제성장, 경상수지 등을 고려해 금리를 결정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고도 설명했다.

당시 금통위원 7명이 제시한 6개월 후 기준금리 전망(점도표)에서 금통위원들이 찍은 21개 점 중 16개가 현 수준인 2.5%에 몰렸다. 2.25%는 4개, 2.75%는 1개에 그쳤다.

이 위원은 "물가 상방 리스크가 발생한 반면 성장에는 하방 위험이 있는 상황이라 2월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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