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을 맞은 산업 현장에 지노위의 판정이 쏟아지며 원·하청 노사관계의 새로운 지형도가 그려지고 있다. 노동위원회는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원청의 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지만 실제 교섭 테이블을 차리는 방식에 있어서는 업종별 특수성을 고려한 정교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9일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전국건설노조가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낸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인용했다. 지난 8일 인천지방노동위원회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대해 상급단체별로 교섭단위를 3개로 분리하도록 결정한 데 이어 공기업 부문에서 또 하나의 분리 사례다.
한전 사례는 전력 설비의 소유·관리 주체로서 하청 근로자의 '작업 공간'에 대한 원청의 통제권을 명확히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 2일 충남지노위가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4개 기관에 대해 최초로 사용자성을 인정한 이후 공공부문은 이제 실제 교섭 테이블을 어떻게 구성할지를 고민하는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민간 부문에서 현재까지는 '교섭 창구 단일화' 원칙이 힘을 얻고 있다. 서울지노위는 이날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를 상대로 한 택배노조의 분리 신청을 기각했다. 울산지노위 역시 이날 SK에너지, 에쓰오일, 고려아연 등 플랜트 3사에 대해 사용자성은 인정하면서도 교섭단위 분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노위가 분리 신청을 기각한 핵심 이유는 '하청 노조 간 근로조건의 현격한 차이 부재'다. 원청이 사용자로서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점은 명확히 하되 수많은 하청 노조와 개별적으로 교섭할 경우 발생할 경영상 혼란을 막기 위해 기존의 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으라는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