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동결한 가운데 다음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도 기준금리 동결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은은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과 성장 둔화 우려 속에서 '관망' 기조를 보이고 있다.
다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책결정문이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데다 국내 성장률도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보이면서 금통위도 조만간 매파적으로 기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달 10일 열린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위원은 "일단은 지켜보는(wait-and-see) 자세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성장과 물가 간 상충관계가 확대됐다는 이유에서다.
성장 흐름은 예상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한은이 당초 0.9%로 전망했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7%를 기록하며 두 배 가까이 상회했다. 중동 전쟁 영향이 본격 반영되기 전, 반도체 수출 호조가 '깜짝 성장'을 이끈 결과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일제히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JP모건은 3.0%, 씨티는 2.9%, 골드만삭스는 2.5%, 노무라는 2.4%로 전망치를 높이며 성장 개선 가능성을 반영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근거로 통화정책이 완화에서 긴축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금리 인상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지난 2월까지 유지되던 '성장세 회복 지원' 문구가 빠지고, 물가·금융안정 중심의 조건부 대응 문구가 강조된 것도 금리 인상론에 힘을 싣는다.
금통위원들은 유가와 환율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한국은행의 최우선 책무는 물가안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2% 상승한 가운데, 석유류 가격 급등이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생산자물가 역시 석탄·석유제품 가격 급등 영향으로 큰 폭 오르며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미 연준도 FOMC 정책결정문에서 인플레이션을 '높은 수준'으로 상향 평가하고, 중동 상황이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시장에서는 사실상 매파적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이처럼 성장과 물가가 동시에 상방 요인을 보이면서 시장은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특히 신현송 한은 총재가 물가 안정에 무게를 두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금통위가 당장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향후 정책 기조가 긴축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