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으로 인한 고유가의 지속과 전기요금 인하 등으로 하반기 한국전력의 실적 악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오는 12일 발표할 2분기 실적은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나 유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고 지역별 차등요금제가 시행될 경우 한전의 재무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전의 올해 2분기 실적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매출액이 전년 대비 1.2% 늘어난 22조2139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 감소한 1조9642억원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이었던 기저효과와 중동전쟁 이후 유가·환율 상승 등 악재를 고려하면 견조한 실적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해외에서 전량 연료를 수입해 전기를 생산하는 국내 발전산업의 특성상 국제 유가와 환율은 한전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유가와 환율이 상승하면 연료도입가격이 상승으로 발전단가가 오르고 한전이 발전사들로부터 매입해야하는 가격인 SMP(전력도매가격)도 오르면서 한전의 원가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비축분 등으로 인해 유가 상승이 발전단가에 반영되기까지는 2~5개월 정도 시차가 발생한다. 3월부터 유가 상승이 본격화했음을 감안하면 2분기에는 유가 상승의 여파가 온전히 반영되지 않으면서 견조한 실적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하반기부터다. 3~4월 고점을 기록한 유가가 본격적으로 발전단가에 반영되는 시점은 6~7월 이후로 추정된다. 실제로 가중평균 SMP는 올해 3월까지 kWh(킬로와트시)당 100~110원대를 유지했지만 4월에 120원대로 올라섰고 현재는 140~150원대를 나타내고 있다. 전쟁 전과 비교해 한전의 원가부담이 40~50% 상승한 셈이다.
연료가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천연가스 가격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동아시아 천연가스 가격인 JKM 선물은 전쟁 이전 MMBtu(열량단위)당 10달러 안팎에서 현재는 약 20달러로 2배 상승했다.
한전의 2분기 영업이익은 소폭 감소한 수준이었으나 3분기는 전년 대비 38% 감소한 3조4936억원, 4분기에는 62% 줄어든 7440억원으로 감익폭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사태에 따른 에너지 가격 변동이 지속됨에 따라 한전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12조원대에서 9조원대로 하향한다"며 "하반기 본격적인 이익 감소 구간으로 진입하는 상황에 추정치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하반기부터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을 예고하고 있어 한전의 추가적인 재무부담이 가중될 우려도 있다. 지역별 전기요금제는 발전소에서 가까운 지역일수록 전기요금을 차등적으로 인하하는 새로운 요금체계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송전선로의 이용 비용, 전력의 자립도, 국가균형발전 등의 요소를 반영해 4개 분야로 나눠 요금을 차등 적용할 방침이다. 지역별 요금제는 이달 중 공청회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지역별 요금제가 지방 소재 기업들의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것인 만큼 전기요금 인하는 고스란히 한전의 비용부담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우려에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지난 3일 간담회를 통해 "지역별 요금제가 한전의 새로운 적자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별도의 대책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면서 발생한 47조8000억원의 누적적자를 아직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상태다. 지속적인 자구노력과 지난해 실적 개선을 통해 누적적자를 34조원까지 줄였으나 하반기 실적 악화가 심화할 경우 재무개선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다. 한전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현재 206조원의 부채와 128조원의 차입금으로 인해 하루 이자비용으로만 114억원을 부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