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분리할 때도 '효율화', 합칠 때도 '효율화'…농협 하나로유통 12년 실험 왜 끝났나

세종=정혁수 기자
2026.09.12 06:00

-2015년 전문성·효율성 앞세워 별도법인 출범…2020년 총매출 17조 목표
-2023~2025년 영업손실 1113억원…내년 1월중 경제지주 흡수합병 추진
-구매·공급 경제지주, 점포영업 농협유통으로…"통합 넘어 체질개선이 관건"

[편집자주] 농업의 큰 변화는 때로 아주 작은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한 그릇의 밥, 한 알의 씨앗, 농부의 한마디, 연구자의 오랜 기다림 속에도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농업의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농담(農談)'은 그런 이야기들을 찾아 사람과 농업, 정책과 삶을 잇는 공간입니다. 작은 농업의 이야기를 담아, 더 큰 농업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고양=뉴시스] 최진석 기자 =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2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우리쌀 우리술 K-라이스페스타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5 K-라이스페스타는 우리 쌀 소비촉진과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국산 쌀로 만든 우리 술과 다양한 쌀가공식품을 홍보하고 유통업체와 소비자가 만나는 행사이며 농협경제지주에서 주최 주관 오는 30일까지 계속 된다. 2025.11.28. myjs@newsis.com /사진=최진석

12년 전 농협은 유통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하나로마트 사업을 떼어냈다. 전문성과 신속성을 높이고 구매와 마케팅을 통합해야 급변하는 유통시장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게 당시 명분이었다.

그 후 12년이 흐른 지금 농협은 다시 '효율화'를 이야기하며 하나로유통을 합치기로 했다. 분리할 때도 '효율화', 다시 합칠 때도 명분은 '효율화'다.

농협경제지주가 경영난에 빠진 농협하나로유통을 흡수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2015년 출범한 하나로유통의 12년 실험이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11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농협경제지주는 이달 말 이사회를 열어 하나로유통 흡수합병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1월 1일자로 하나로유통 법인은 소멸하고 인력과 자산, 사업은 경제지주로 넘어간다.

합병 이후 하나로유통이 직접 운영하던 하나로마트를 농협유통에 넘기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경제지주는 상품 구매·공급과 사업전략 등 본부 기능을 맡고, 실제 점포 영업은 농협유통으로 일원화하는 그림이다.

(서울=뉴스1) = 농협유통은 오는 7일부터 20일까지 하나로마트 창립 31주년 'NH RUN' 2차 행사를 진행한다고 6일 밝혔다. 사진은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모델들이 'NH RUN' 행사를 소개하는 모습. (농협유통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5.6/뉴스1

◇"전문회사 필요하다"…야심차게 출범했던 하나로유통

시간을 2015년으로 되돌려보면 이번 결정의 의미는 더욱 선명해진다.

농협은 당시 중앙회 마트사업부문을 떼어내 농협하나로유통을 별도 법인으로 출범시켰다. 소비지유통본부와 물류센터 4곳, 판매장 23곳, 직원 2584명이 새 법인으로 옮겨갔다.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별도 유통회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농협이 진단한 문제도 '효율성'이었다. 하나로마트 판매장 운영권한이 중앙회와 계열사 등에 나뉘어 있어 신속한 의사결정과 통합적인 사업추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하나로유통은 체인본부 시스템 도입과 통합구매·마케팅, 전국 물류망 구축 등을 통해 하나로마트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2020년까지 총매출 17조원, 농축산물 판매 9조원, 농산물시장 점유율 15%라는 야심찬 목표도 제시했다.

하지만 10여년 만에 상황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3년간 1113억원 영업손실…커진 적자 부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경영실적이다. 하나로유통은 2023년 319억원, 2024년 404억원, 지난해 3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누적 영업손실만 1113억원에 달한다.

매출도 2023년 1조2915억원에서 2024년 1조2710억원, 지난해 1조1804억원으로 감소했다. 2021년 이후 적자 흐름도 장기화하고 있다.

하나로유통만의 문제도 아니다.

점포 운영의 상당 부분을 넘겨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농협유통 역시 지난해 매출 1조3944억원에 영업손실 305억원을 냈다. 두 유통회사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합하면 713억원에 달한다.

농협 소매유통 사업 전반이 구조적인 수익성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의미다.

특히 2021년 유통기능 재편 이후 경제지주가 구매기능 등을 가져간 반면 유통계열사에는 점포와 인력 등 고정비 부담이 남으면서 수익구조가 악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매 통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라는 장점은 살렸지만, 판매 현장의 비용구조를 함께 손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법인 하나 없앤다고 적자까지 사라질까

경제지주와 하나로유통의 합병이 가져올 장점은 분명하다.

양측에 중복돼 있던 관리·기획 조직을 정리할 수 있고, 구매와 상품공급 기능을 경제지주로 집중해 의사결정 단계를 줄일 수 있다. 점포 운영도 농협유통으로 일원화한다면 현장 영업의 전문성을 높일 여지도 있다.

문제는 법인을 합친다고 기존의 적자 구조까지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하나로유통의 인력과 자산, 사업을 경제지주가 그대로 승계한다면 비용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손실이 발생하는 장소만 달라질 수 있다. 더욱이 하나로마트 영업기능을 넘겨받을 농협유통 역시 수백억원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이번 개편의 숙제다.

결국 조직도를 바꾸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왜 하나로마트가 돈을 벌지 못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이다.

온라인 쇼핑 확산과 소비패턴 변화에 대응한 점포 혁신, 만성 적자매장 정비, 물류비 절감, 상품 경쟁력 강화 등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번 통합 역시 또 하나의 조직개편에 머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수익성'과 '판매농협' 두 마리 토끼 잡아야

농협이라는 조직의 특수성도 변수다. 하나로마트는 일반 대형마트와 달리 단순히 영업이익만을 추구하는 유통업체가 아니다. 농업인이 생산한 농축산물을 안정적으로 판매하고 지역 농·축협의 판로를 지원해야 하는 협동조합의 역할도 갖고 있다.

2015년 하나로유통 출범 당시 농협이 내세웠던 궁극적인 목표 역시 '판매농협 구현'이었다.

때문에 적자점포를 정리하고 수익성만을 앞세울 경우 농산물 판매 확대라는 농협 본연의 기능과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협동조합이라는 이유로 적자를 계속 방치한다면 그 부담은 결국 경제지주와 농협 전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번 통합의 성패를 단순한 조직 축소나 비용 절감 규모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2015년 농협은 "분리해야 경쟁력이 생긴다"며 하나로유통을 만들었다. 12년 뒤에는 "합쳐야 경쟁력이 생긴다"며 다시 경제지주 품으로 돌려보내려 하고 있다.

분리냐 통합이냐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실제로 무엇이 바뀌느냐다.

농협하나로유통의 12년 실험은 끝나가고 있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이번 통합이 적자 법인 하나를 정리하는 데 그칠 것인지, 아니면 농협 유통의 체질을 바꾸고 '판매농협'의 역할까지 다시 세우는 출발점이 될 것인지. 농협의 선택이 다시 시험대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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