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살에 데뷔하자마자 '신드롬'을 일으켰던 여가수 이상은이 당시 '자신을 상품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괴로움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상은은 BBC뉴스 코리아가 지난 9일 공개한 '김윤아, 이상은이 말하는 한국에서 여성 뮤지션으로 산다는 것'이란 영상에서 데뷔 당시부터 현재까지 음악 활동을 이어오며 느낀 점을 밝혔다.
1988년 18세의 나이로 데뷔한 이상은은 독특한 스타일과 중성적인 목소리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이상은은 당시 인기에 대해 "신드롬에 가까웠다고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제 입으로 말하기는 좀 쑥스럽다"고 웃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찾아온 성공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당시에도 기획사가 있었고 나름대로 '가수는 이래야 한다', '여자 가수는 이렇게 옷을 입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나 틀이 있었다"며 "저는 그런 걸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마어마하게 인기를 얻기는 했는데 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며 "나는 음악이 좋아서 하고 있는데 저를 어떤 상품으로 바라보는 눈 같은 게 싫어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음악을 접하고 생각이 달라졌다. 그는 "의외로 음악성 있는 좋은 음악들이 많았다. '이런 세계가 또 있구나', '이런 세계를 노래하는 아티스트가 되는 길도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자기 인생을 노래한다는 게 의미가 있는 거구나 싶었다"며 직접 곡을 쓰는 뮤지션이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이상은은 "작곡을 하겠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애가 이상해지기 시작하는 거다"라며 "스타가 되고 싶다는 것도 없어지고 오로지 좋은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것밖에 원하는 게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음악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 "남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고 내 나이에 대해서, 여자에 대해서 그런 것도 상관없다"며 "그냥 음악을 계속 만들고 해나가고 싶다"고 했다. 이어 "나이가 몇 살이 되든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 이외에 다른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거라도 찾았으니 내 인생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은은 자신을 규정했던 성별과 스타의 틀에서 벗어나 '좋은 음악을 만드는 사람'으로 남는 것을 선택했다. 그는 "특히 저는 여성인 저 자신이 너무 좋고 여성으로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표현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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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도 이 방송에 출연해 여성 뮤지션이 오랫동안 음악 활동을 이어가는 일이 여전히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데뷔 초 자신에게 "네가 편곡한 것은 아니지?", "네가 가사를 쓴 것은 아니지?"라며 음악성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말을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한편 이상은과 김윤아는 지난 6월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여성 예술인 중심의 '영희 페스티벌'에 참여했다. 이 페스티벌을 기획한 싱어송라이터 오지은은 여성 뮤지션이 국내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서기 어려운 현실을 기획 배경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