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 클수록 美 무역적자 심화?…트럼프 관세 정책의 딜레마

세종=김사무엘 기자
2026.09.21 16:13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2026.09.21. amin2@newsis.com /사진=뉴시스

한국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한국 기업의 투자 프로젝트 참여 여부가 또 다른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한미 전략적 투자 협약에 따라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는 한국 기업의 참여를 우선 검토하도록 했지만 이는 곧 미국의 무역적자를 심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투자 압박이 오히려 적자를 심화시키는 미국 관세 정책의 딜레마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정부과 국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2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대미 투자 세부 내용에 관한 보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오는 23일 한미 양국 정부는 최종 합의된 MOU에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미 투자 사업으로는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 △대형 원전 8기 건설 △알래스카 LNG(액화천연가스) 개발 등 3가지가 우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총 200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가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프로젝트에는 국내 기업 참여가 우선 검토될 전망이다. 지난해 미국과의 관세 협약으로 체결한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따라 프로젝트에 상품·서비스를 제공할 업체 선정시 한국 업체를 우선시 하기로 했다.

가스발전이나 대형 원전 등 발전사업의 경우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사업 참여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작 문제는 국내 기업의 참여가 많을 수록 미국의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폭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부터 주요국들을 대상으로 관세전쟁을 벌인 가장 큰 이유는 무역적자였다. 미국을 상대로 대규모 무역흑자를 거두고 있는 국가들은 '불공정 무역'을 하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높은 관세를 메기거나 이에 상응하는 투자를 받아야 한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논리였다.

하지만 미국이 지난해부터 관세 정책을 본격 시행한 이후에도 주요국들의 대미 무역흑자는 오히려 증가하는 양상이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는 462억달러로 전체 국가 중 6번째를 차지했다. 지난해 10위에서 순위가 올랐다.

AI(인공지능) 투자로 인한 반도체 수출 증가로 미국의 무역적자가 심화하는 가운데 한국의 대미 투자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더 심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의 특성상 투자가 늘수록 중간재와 자본재의 수출도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대미 투자 확대는 미국에서 한국산 산업재 조달로 인한 중간재·자본재 수출 증가로 이어진다"며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미국 제조업과의 연계성에 기반한 필연적 결과로 재해석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와 대미 투자규모는 유사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10년대 초반 60억~70억달러 수준이던 대미직접투자(FDI) 금액은 2016년부터 130억~150억달러 수준으로 뛰었고 2021~2023년에는 280억~300억달러 수준으로 증가했다. 대미 무역흑자도 2010년대 초반 100억달러대에서 2013년부터 200억달러대를 넘어섰고 2023년에는 444억달러로 늘었다.

이번 대미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가스발전과 원전 등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가 확대될 경우 한국산 제품 조달로 인해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는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투자 압박이 오히려 적자를 키우는 셈이다.

관건은 미국이 한국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이후 자국 내 제조업 기반 강화를 통해 실제 무역적자 규모를 줄일 수 있느냐다.

산업연구원은 "한국산 중간재·자본재는 미국 제조업의 핵심 투입 요소로 작용해 왔으며 이들 수출 확대에 따른 무역흑자는 미국 산업 성장에 기여한 결과"라며 "한국의 대미 수출 확대는 미국 제조업과의 연계 속에서 그 실질적 역할이 재조명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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