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1평씩? 413㎡ 논, 소유자는 109명...이곳 직접 가보니

평택(경기)=이수현 기자
2026.09.28 06:00

경기 평택 화양리 농지 일대 가보니 잡초 무성…옆 밭에는 들깨·대파 자라
김포·고양도 한 필지 수십 명 공동 소유…정부, 취득 목적·실경작 여부 조사
경찰, 올 3월 화성 농지 불법매입·무단전용 혐의 219명 검찰에 불구속 송치

화양리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최동주씨(65)가 23일 화양리 일대 농지를 가리키고 있다. 최씨는 해당 농지의 실제 경작자가 누구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사진=이수현

지난 23일 경기 평택시 현덕면 화양리. 사람 허리 높이까지 자란 풀이 한 농지를 뒤덮고 있었다. 강아지풀류 잡초 사이로 작물을 심은 흔적이나 일정한 간격의 이랑은 눈에 띄지 않았다.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도 쉽게 찾기 어려웠다.

바로 옆 밭의 모습은 달랐다. 들깨와 대파, 상추가 가지런히 자랐고 사람이 드나드는 길도 나 있었다. 조금 떨어진 논에서는 수확을 앞둔 벼가 익어갔다. 농사를 짓는 땅과 그렇지 않아 보이는 땅의 경계가 눈앞에 선명히 드러났다.

이 일대에는 지분을 쪼개 거래한 투기 의심 농지가 있다. 면적은 413㎡, 소유자는 109명이다. 면적을 소유자 수로 단순히 나누면 한 사람당 한 평(3.3㎡) 남짓이다. 109명이 이 작은 논의 지분을 나눠 가진 셈이다.

소유자 대부분은 2016년 무렵 영농을 목적으로 지분을 취득했다. 한 필지를 그토록 많은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사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각자 농사를 지을 생각이었는지, 이후 누가 논을 경작했는지 확인하는 일이 전수조사의 과제가 됐다.

인근에서 6년째 밭농사를 짓는 최동주씨(65)는 "이 논의 소유자들이 직접 농사를 짓기보다 주변 사람이 경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유자들이 현장에 오느냐는 질문에는 "오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최씨는 109명이 지분을 보유한 사실에 기획부동산을 통한 거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했다. 다만 매수자들이 왜 땅을 샀는지까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23일 경기 평택시 현덕면 화양리 일대 밭에서 작물이 자라고 있다. 뒤로 화양지구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사진=이수현

화양리 일대에는 오래전부터 개발 기대감이 감돌았다. 인근 화양지구 도시개발사업과 안중역 주변 개발이 토지 거래의 관심사였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한 공인중개사 박 모 대표는 "109명이 소유한 논이 화양지구 사업구역 안에 있지는 않지만 인접 지역에 자리해 관심이 컸던 곳"이라고 말했다. 화양지구 개발 초기에는 개발을 기대한 농지 거래도 많았다고 했다.

평택시 현덕면 행정복지센터 한 관계자는 "해당 농지의 경우, 농지대장에서 한 필지의 소유자가 많고 각자의 지분이 작다는 사실을 확인한 상태"라고 밝혔다.

소유자들이 2016년 매매로 취득한 것으로 보이지만, 해당 필지의 매입 이유와 실제 경작자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필요하면 농사를 지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농자재 구매 내역 등 영농 증빙자료를 요구할 계획이다.

현덕면 행정복지센터에 따르면, 109명이 소유한 논에서 농작물이 경작된 기록이 있다. 하지만 작물이 자랐다는 사실과 지분 소유자들이 직접 농사를 지었다는 사실은 차이가 크다.

농식품부 농지과 관계자는 "기본조사 자료만으로 투기나 농지법 위반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농지가 쉬고 있는지뿐 아니라 실제 경작자가 누구인지, 경작을 맡겼다면 어떤 경위와 방식이었는지까지 살펴야 한다"고 했다.

23일 경기 평택시 현덕면 화양리의 투기 의심 농지 일대. 벼 사이로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라 있다. 해당 농지의 정확한 경계와 경작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사진=이수현 기자 /사진=이수현

한 필지에 소유자가 수십 명인 사례는 평택만이 아니다.

경기 김포시 양촌읍의 농지 2312㎡는 44명, 고양시 일산서구의 농지 4012㎡는 62명이 공동 소유하고 있다. 김포 소유자 대부분은 2018년 무렵 주말·체험영농 등을 목적으로, 고양 소유자 대부분은 2016년 무렵 영농 목적으로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수사에서는 개발 기대를 앞세운 농지 거래가 위법 혐의로 이어진 사례도 확인된다.

올해 3월 경기 화성서부경찰서는 화성시에서 개발 이익을 기대하며 농지를 매입한 뒤 무단 전용하거나 제3자에게 불법 사용하게 한 혐의 등으로 219명을 검거해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일부는 농지에 공사 현장 토사물을 매립한 혐의도 받았다.

농식품부가 전수조사로 가려내려는 것은 농사를 짓겠다며 취득한 농지를 실제로는 가격 상승을 기다리며 방치하거나, 법에 어긋나게 다른 사람에게 경작을 맡기는 경우다.

행정정보와 항공사진 등을 활용한 기본조사를 이미 마쳤고, 8월부터 현장 중심의 심층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 현장에서 농지 상태를 살핀 뒤에도 경작자가 불분명하면 추가 확인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현장의 우려도 적극 수렴해 이를 제도적으로 풀어나간다는 생각이다.

농업인들 사이에는 위장전입이나 투기 목적의 농지 취득을 막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위장전입 같은 건 잡아야 하지만 전부 묶어놓는 방식은 문제"라는 우려가 많다.

주변에는 "나이가 들수록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워 이웃에게 맡기거나 소규모 농지를 함께 경작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이같은 사정을 잘 헤아려야 한다"고 했다.

23일 경기 평택시 현덕면 화양리 일대 밭에서 작물이 자라고 있다. 뒤로 화양지구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사진=이수현

농식품부는 지난 21일 당정협의회를 통해 투기가 명백한 농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되, 농촌의 관행적 위반에는 농지 소유·이용을 정상화할 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평택시 현덕면 화양리 413㎡. 이 논의 주인이 왜 109명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화양리에서 본 풍경만으로 이들을 개발이익을 노린 투기꾼으로 단정할 수도 없다. "투기를 가려내 농촌의 삶을 지키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이번 전수조사 과정을 통해 시험대에 오른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업정책국장은 "시세 차익이나 보상을 노리는 명백한 투기에는 적극 대응하되 일반 농업인에게는 이번 정상화 조치를 통해 더 편안하게 농업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라며 "정상적인 농업인들의 경우 농지 처분같은 조치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만큼 안심하고 농지조사에 응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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