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겨울 논에서 항공유 생산한다…농진청, 'K-그린카본 벨트' 추진

세종=정혁수 기자
2026.11.04 06:00

-남부 유채·중북부 카멜리나·해외 생산기지 연결…SAF 원료 공급망 구축
-2028년부터 기술개발 추진 구상…에너지 안보·농가소득 동시 확보 도전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국 진용익 농업연구관이 'K-그린카본 프런티어 벨트' 구축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혁수 기자

겨울이면 농사가 멈추는 들녘이 있다. 벼를 수확한 논은 이듬해 봄을 기다리고, 농민의 손길이 떠난 땅에는 찬바람만 머문다.

그런데 이 겨울 논에서 미래 항공기의 연료가 생산될 전망이다. 농업이 식량을 넘어 국가 에너지 안보까지 책임지는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국내 농경지와 해외 농업협력기지를 연결해 지속가능항공유(SAF) 원료를 확보하는 'K-그린카본 프런티어 벨트' 구축사업을 추진한다고 4일 밝혔다.

남부지역에는 유채, 중북부에는 카멜리나 등 추위에 강한 유지작물을 재배하고, 해외 협력생산까지 연결하는 원료 공급망 구축 구상이다.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국 진용익 농업연구관은 이날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국산 원료 생산기반 확보와 국제협력을 통한 에너지 안보 강화' 계획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발표한다.

배경에는 항공산업의 탄소중립 전환이 있다. 정부는 2027년부터 국제선 항공유에 SAF를 1% 혼합하도록 의무화하고, 2030년 3~5%, 2035년 7~10% 범위로 확대하는 로드맵을 마련했다.

하지만 연료를 생산할 수 있어도 원료를 확보하지 못하면 탄소중립의 하늘길은 해외 공급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농진청이 추산한 2027년 SAF 수요는 약 7만6000t, 필요한 원료유는 12만~15만t이다.

2035년에는 원료유 수요가 90만~150만t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국내 바이오디젤 원료 전체 물량인 약 106만t과 맞먹거나 이를 넘어서는 규모다.

문제는 수입 의존도다. 국내 바이오디젤 원료의 약 77%는 수입에 의존한다. 폐식용유 역시 상당 부분이 기존 바이오디젤 생산에 사용되고 있다. SAF 시장이 확대되면 한정된 원료를 둘러싼 경쟁이 불가피하다.

농진청이 이를 위해 눈을 돌린 곳이 겨울철 유휴농지다.

남부지역에서는 기존 유채 재배기반을 활용한다. 유채씨에서 기름을 추출해 항공유 원료로 공급하고, 착유 후 남는 부산물의 활용 가능성도 검증한다.

농진청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유채 5000㏊에서 연간 약 3145t의 SAF 생산이 가능하다. 2027년 혼합의무 물량의 약 4%에 해당한다. 1만6000㏊까지 확대하면 공급 비중은 약 13%로 높아진다.

중북부와 한강 이북에서는 카멜리나 등 추위에 강하고 생육기간이 짧은 유지작물을 검토한다. 벼 수확이 늦어 유채 재배가 어려운 지역에서도 새로운 생산 가능성을 찾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해외 협력생산기지를 연결한다. 러시아 연해주와 중국 연변, 중앙아시아 등이 후보지역이다.

한국의 품종과 재배기술을 현지 생산기반에 접목하고, 국내 기업과 연계해 원료 공급 가능성을 검증한다.

해외 생산분은 국산 원료와 구분하되 공급원을 다변화해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농진청은 2027년 사전검증과 사업기획을 거쳐 2028~2034년 신규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품종 개발부터 재배·기계수확·착유·품질관리·산업체 공급까지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넘어야 할 장벽도 있다. 무엇보다 농가소득이다.

농진청 분석에 따르면 유채 종자 1㎏의 산업체 수용 가능 단가는 약 730원이다. 반면 기존 밀 재배를 대체하려면 경관직불금을 고려하더라도 약 928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생산비 절감과 직불제 지원, 안정적인 계약재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농민의 참여를 기대하기 쉽지않다.

식량 생산과의 충돌도 피해야 한다. 항공유 원료를 얻기 위해 기존 농작물의 생산량이 줄어든다면 새로운 산업의 성장이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농진청이 겨울철 미이용 농지와 작부체계 개선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진용익 농업연구관은 "'K-그린카본 벨트'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기름을 생산하느냐에만 달려 있지 않다"며 "농민에게 적정한 수익을 보장하면서 국내 생산기반을 유지하고, 해외 협력으로 공급망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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