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팽이버섯에 숨은 외국 품종의 그림자…'설단·아람'이 바꾼다

세종=정혁수 기자
입력 2026.11.04 14:00 수정 2026.11.04 14:00

-국내 팽이버섯 시장 외래 품종 점유율 64.6% 달해…연간 로열티 7억여원, 국산화 과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국산 신품종 개발…육종 선발기간 69% 단축·수확량 23.8% 증가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김대현 원장 /사진=농촌진흥청

국내 농가가 키운 팽이버섯이라도 그 품종까지 우리 것은 아니다. 국내 팽이버섯 시장의 64.6%를 외래 품종이 차지한다. 농민들이 한 해 지불하는 품종 사용료(로열티)만 약 7억2000만원에 달한다.

팽이버섯은 국내 버섯 생산량 3위이자 수출 1위 품목이다. 2024년 2만6459톤이 생산됐고, 버섯 전체 수출액의 57.2%인 1422만1000달러를 벌어들였다.

수출을 이끄는 주력 품목이 정작 생산의 출발점인 품종에서는 해외에 기대고 있다는 점은 한국 버섯산업의 오랜 숙제였다.

농촌진흥청이 외래 품종 의존도가 높은 팽이버섯 시장의 국산화를 앞당기기 위해 우리 기술로 개발한 순백색 팽이버섯 '설단'과 황금색 팽이 '아람'의 보급 확대에 나선다고 4일 밝혔다.

두 품종은 색깔만 다른 버섯이 아니다. 하나는 육종 기술의 진화를, 다른 하나는 농가 소득과 유통 방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순백색 팽이 '설단'/사진제공=국립원예특작과학원

'설단'의 출발점은 버섯의 색을 결정하는 유전자였다. 농진청과 건국대 공동연구진은 팽이버섯 갓 색깔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찾아내고 어린 균사체 단계에서 흰색 형질을 판별하는 분자표지 기술을 개발했다.

2025년 품종을 출원한 '설단'은 이 기술을 적용해 교잡·선발에 걸리는 기간을 기존 154일에서 48일로 69% 단축했다.

품질도 끌어올렸다. '설단'의 명도는 93.7로 비교 외래 품종(91.1)보다 높고 재배기간은 1~2일 짧다.

항산화 성분 에르고치오네인과 필수 아미노산 트립토판 함량도 대조 품종보다 각각 93%, 91% 높았다.

황금팽이 '아람'/사진제공=국립원예특작과학원

2021년 품종 등록을 마친 '아람'은 또 다른 돌파구다. 기존 갈색 팽이의 단점이던 갓 반점과 밑동 흑변을 줄이고 수확량을 늘렸다.

병당 생산량은 283g에서 350g으로 23.8% 증가했다. 연간 20만 병을 재배하는 농가라면 판매수입이 약 5400만원 늘어날 수 있다는 게 농진청의 추산이다.

선명한 황금빛과 단단한 조직 덕에 유색 팽이로는 처음 진공 포장 상용화에도 성공했다. 신선도 유지 기간은 기존 30일 이하에서 최대 40일로 늘었다. 작은 포장으로만 팔리던 유색 팽이의 유통과 수출 가능성을 넓힌 성과다.

농진청은 청도·나주 등 거점 농가에서 실증재배를 추진하고, 맞춤 재배 지침을 보급할 계획이다. 오는 2030년에는 국산 품종 점유율을 66.6%로 높이고 로열티 지불액을 약 3억8000만원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김대현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앞으로도 디지털 육종 등 첨단 육종기술을 활용해 현장 수요에 맞는 품종을 개발·보급함으로써 농가 소득과 산업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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