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발이 아버지'부터 '야동순재'까지...꽃할배의 70년 연기 인생

박다영 기자
2025.11.25 09:15
(서울=뉴스1) = 70년간 연기 인생을 이어오며 세대를 넘어 사랑받은 배우 이순재가 25일 새벽 91세 일기로 별세했다. 지난해부터 건강이 약해진 그는 병원 치료를 받으며 복귀에 힘썼지만 결국 유명을 달리했다. (뉴스1 DB) 2025.11.2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고(故) 배우 이순재는 TV 드라마, 영화, 연극 무대까지 매체를 가리지 않고 연기에 애정과 열정을 쏟았다. (관련기사 칠순엔 시트콤, 구순엔 연극…원로배우 이순재, 91세로 별세)

그는 지난해 5월 백상예술대상 특별공연 '예술이란 무엇인가'에서 "평생을 했는데도 아직도 안 되고 모자라는 데가 있다. 연기에 완성이 없다는 얘기다. 잘할 순 있어도 완성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예술이란 영원한 미완성이다. 나는 완성을 향해 끊임 없이 도전한다"는 말을 습관처럼 했다. 이런 마음으로 도전했던 드라마가 310편, 영화 130편, 연극 60편이었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고인은 4살 때 조부모를 따라 서울로 내려왔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며 가족과 함께 피란길에 올라 대전에 정착했다.

이순재는 연기에 첫 도전을 했던 1956년은 배우라는 직업이 막 알려지기 시작하던 때였다. 그는 1956년 서울대 철학과 3학년 시절 유진 오닐의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했다.

그는 1965년 TBC 공채 1기로 발탁돼 1980년까지 100편이 넘는 TBC 드라마에 출연했다.

1966년에는 영화 '초연'으로 영화에 데뷔했다.

그의 출연작들을 보면 자신의 비중을 따지지 않고 작품성을 기준으로 출연작을 골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순재는 1991년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 가부장적인 '대발이 아버지' 역할로 출연하면서 모두에게 얼굴을 알리고 큰 인기를 얻었다. 최고 시청률 64%를 넘긴 작품에서 그가 자주 했던 "대발아"라는 대사는 전국민적인 유행어가 됐다.

이후 2000년대 초반에는 MBC 드라마 '허준'에서 기량을 뽐냈다. 이순재는 허준의 스승 '유의태'를 연기했고 전광렬과 사제 호흡으로 인기를 끌어 허준은 시청률 64.8%로 역대 사극 시청률 1위 기록을 쓴 명작으로 남았다.

주로 근엄한 역할을 맡아왔던 그는 2006년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야동순재'라는 별명이 붙으며 친근한 허당 할아버지를 연기했다. 고집불통에 아내를 구박하고, 야동을 보다가 가족에게 발각되는 철없는 할아버지 역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그는 '야동순재'라는 별명을 자랑스러워했고 '거침없이 하이킥'을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2013년에는 tvN 예능 '꽃보다 할배'에 신구, 박근형, 백일섭과 함께 출연했다. 80세가 넘는 나이에도 유창하게 외국어를 구사하고 끊임 없이 공부하고 배우는 모습이 담겨 '참어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지난해 방송한 KBS 드라마 '개소리'에는 자신을 투영한 이순재 캐릭터로 사랑을 받았다. '대배우'가 됐음에도 완벽주의로 인해 주변을 불편하게 만드는 노년의 배우가 거제도로 내려가 갑자기 개의 말을 알아듣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이 드라마로 이순재는 지난 1월 KBS '연기대상'에서 최고령 배우로 대상을 품에 안았다.

연극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세일즈맨의 죽음', '늙은 부부의 이야기', '사랑별곡', '리어왕', '앙리할아버지와 나','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등으로 무대에 섰다. 특히 '리어왕'에서 200분이 넘는 긴 공연을 단일 캐스트로 소화해 감탄을 자아냈고 구순이었던 지난해 건강 이상으로 활동을 중단하기 전까지 '고도를 기다리며'로 연기를 펼쳤다.

한편, 이순재는 25일 새벽 별세했다. 향년 91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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