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보다 멀고 우정보다는 가까운 송강-이준영의 '포핸즈' [드라마 쪼개보기]

조이음(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09.25 07:00

BL을 연상시키지만 절대 수위를 넘지 않는 두 남자의 관계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감정을 요동시키는 절절한 감정

드라마 포핸즈는 피아노를 통해 가까워진 강비오와 최정요의 사랑보다 멀고 우정보다 가까운 특별한 관계를 그렸다. 9년 전 최정요는 무대 공포증이 있던 강비오를 도왔으나 사고로 사라졌고, 이후 지휘자가 되어 기억상실을 가장한 채 강비오 앞에 다시 나타났다. 두 사람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음악을 완성해가지만, 과거 납치 사건의 배후에 강비오의 어머니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 

드라마 ‘포핸즈’의 송강과 이준영이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영리한 관계 설정으로 시청자를 끌어당기고 있다. 서로를 향한 감정은 때로 우정이라고 하기엔 깊고, 그렇다고 사랑이라고 단정하기엔 모호하다. 두 남자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묘한 긴장감은 마치 BL(Boy Love)을 연상시키면서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그 선을 넘지 않으며 독특한 재미를 만들어낸다. 사랑과 우정 사이, 쉽게 이름 붙일 수 없는 관계를 영리하게 오가는 ‘포핸즈’의 서사가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피아노 연주법 중 하나인 포핸즈는 한 대의 피아노를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하는 방식을 말한다. 두 명의 연주자는 하나의 건반과 페달을 공유하며 서로의 움직임과 호흡을 맞춰야 하기에 혼자 연주할 때보다 상대와의 긴밀한 교감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tvN 토일드라마 ‘포핸즈’(극본 신이원, 연출 박현석) 속 송강 이준영이 연기하는 강비오와 최정요의 관계를 이보다 정확하게 설명할 제목은 없을 듯한다. 극 중 이들은 음악을 통해 서로의 호흡을 맞추고, 때로는 상대가 무너지지 않도록 붙잡으며 하나의 음악을 완성해가기 때문이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 

강비오와 최정요는 출발선부터 다르다. 세계적인 지휘자의 손자이자 체계적인 피아노 교육을 받아온 강비오와 달리 최정요는 아버지의 빚 때문에 사채업자의 일을 돕는 일상 속에도 타고난 음악적 재능으로 결국 피아노 영재로 발탁되는 인물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은 피아노를 통해 가까워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단순히 함께 음악을 하는 동료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특별한 관계가 된다.

강비오에게 최정요는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 준 사람이자 완벽함을 연기하기 위해 철저하게 숨길 수 밖에 없던 속내의 연약함과 숨겨진 불안까지 알아보는 사람이다. 그런 최정요에게 강비오는 아무리 노력해도 고칠 수 없던 무대 공포증을 없애고 자신을 피아노 앞으로 다시 이끌어준 고마운 사람이다. 이들은 피아노 앞에서 경쟁하면서도 서로를 응원하고, 상대가 흔들릴 때엔 가장 먼저 손을 내민다. 같은 곡을 두고 경쟁하게 된 상황에서도 최정요는 강비오의 떨리는 손을 먼저 알아보고, 강비오가 위험에 처하자 망설임 없이 그를 구하려 뛰어든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 

피아노에 대한 과도한 욕망에 자신을 몰아치다 지친 강비오가 결국 피아노를 포기하겠다고 하자 최정요는 그를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는다. 자신이 해석한 악보를 건네며 다시 연주할 수 있도록 손을 내민다. 그렇게 최정요의 도움을 받은 강비오는 국제 콩쿠르 결선 무대에서 완벽한 연주로 무대를 완성하지만, 최정요는 결선 무대를 앞두고 납치돼 총상을 입은 채 사라진다.

그리고 9년이 흐른 뒤, 최정요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다. 정요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다. ‘루카 도미니코’라는 이름의 지휘자가 된 최정요는 강비오 앞에서 자신에게 사고 후유증으로 기억상실이 생겼다고 말한다. 더 이상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된 그는 지휘를 통해 자신의 음악을 이어가고 있다. 최정요가 강비오와 함께했던 ‘포핸즈’의 세계에서 멀어져 버린 듯한 순간이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다시 음악을 통해 이어진다. 오케스트라를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강비오가 불안과 두려움에 흔들리자 최정요는 자신을 믿고 연주하라고 말한다. 자신이 머릿속으로 그려온 오케스트라를 강비오에게 들려주고, 강비오에게 피아노 협주를 부탁한다. 결국 최정요가 상상했던 음악은 강비오의 손을 통해 현실이 되고, 두 사람은 함께 무대를 성공적으로 완성한다.

흥미로운 점은 9년 전과 현재, 두 사람의 관계가 뒤집혔다는 데에 있다. 과거에는 중요한 순간 최정요가 강비오에게 자신의 악보를 건네며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이끌어 결국 강비오의 꿈의 무대가 완성됐다면, 9년이 흐른 지금은 강비오의 연주가 최정요가 꿈꿔온 음악을 완성한다. 한 사람이 무너졌을 때 다른 사람이 손을 내밀고, 한 사람이 음악을 잃었을 때 다른 사람이 그 음악을 다시 세상에 꺼내놓는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모습은 한 대의 피아노를 함께 연주하는 ‘포핸즈’의 방식과도 닮아있다.

사진제공=tvN

여기에 최정요가 9년 전 사고 이후 기억을 잃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또 다른 국면을 맞는다. 최정요는 강비오를 기억하고 있었음에도 의도적으로 그를 밀어냈고, 과거 자신을 납치했던 사건의 배후에는 강비오의 어머니 강지혜가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모든 걸 알고도 강비오와 거리를 두려 했고, 결국엔 강비오와 마주한 최정요의 태도는 오히려 두 사람 사이에 아직 풀리지 않은 무언가가 남아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 지점에서 ‘포핸즈’가 흥미로운 것은 두 사람의 관계를 섣불리 사랑이나 우정 중 하나로 규정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면서 동시에 경쟁자이고, 상대의 상처를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때로는 가장 큰 비밀을 품은 사람. 한 사람이 무너지면 다른 한 사람이 일으켜 세우고, 한 사람이 음악을 잃으면 다른 한 사람이 그 음악을 다시 찾아준다.

그래서 강비오와 최정요의 관계에는 아직 이름이 필요하지 않다. 사랑보다 멀고, 우정보다는 가까운 그 오묘한 거리가 오히려 두 사람을 묶어주는 특별한 간격이기 때문이다. 한 대의 피아노 앞에 앉은 두 사람이 네 개의 손으로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내듯, 두 사람 역시 서로의 빈자리를 채우며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완성해가고 있다.

조이음(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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