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에 로또가 잘 안 보이는 이유 [드라마 쪼개보기]

최영균(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10.06 07:45

직장인을 슈퍼 히어로로 변신케 한 당첨금의 존재
공감 가는 스토리로 OTT 선공개에도 준수한 시청률
로또당첨으로 인생역전은 없지만 인생개조가 주는 감동

이준혁 주연의 tvN 월화 드라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가 OTT 선공개 방식에도 불구하고 5%대의 준수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주목받고 있다. 드라마는 로또 1등에 당첨된 팀장 공은태가 당첨금을 품고 이전과 다른 적극적인 태도로 직장 생활에 임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을 그린다. 로또 당첨이라는 판타지적 설정이 직장인의 공감을 자아내는 슈퍼 히어로물로 변모하며 실감 나는 오피스 묘사와 함께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제공=티빙 

이준혁 주연의 tvN 월화 드라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이하 ‘로또 출근’)가 최근 미니시리즈 중 눈에 띈다.

최고 5.2%에 대부분 4%가 넘는 괜찮은 시청률(이하 닐슨코리아)을 기록 중이다. 지난 달 28일 방송은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중계로 인해 방송 시간이 10시로 한 시간 밀리면서 3.9%로 다소 주춤했지만 29일은 다시 5.0%로 회복됐다.

OTT 티빙의 오리지널드라마로 플랫폼에서 목요일 먼저 공개한 후, 월화에 케이블 채널 tvN에서 방송되는 방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청률 성적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tvN 경우 ‘취사병 전설이 되다’ 등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를 방송까지 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가끔 있었다.

이 경우 모두 같은 날 티빙과 tvN에서 공개했던 반면 ‘로또 출근’은 공개 시점 간극이 꽤 있는데도 시청률이 좋은 편이다. 이런 방식이면 공개 효과가 분산되면서 신선도가 떨어져 시청률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로또 출근’은 시청률이 좋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티빙 

‘로또 출근’은 위아래로 치이며 하루하루를 버티던 패션 대기업 팀장 공은태(이준혁)가 로또 1등에 당첨된 후 사직서를 내는 대신 당첨금 13억 원을 품고 이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일에 계속 임하는 내용이다.

당첨 전 공은태는 생계 때문에 맡은 일은 성실하게 처리했지만 무기력하게 일과 동료들을 대하던 입장이었다. 하지만 당첨금으로 생계라는 낭떠러지 끝을 벗어나게 되니, 할 말하고 자신의 생각에 따라 의욕적이고 적극적으로 일을 하게 된다. 이로 인해 일, 그리고 주변인들과 관계 모두에 있어서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제목에 ‘로또’가 콱 박혀 있지만 드라마에 로또는 극 초반 잠깐 나오고는 끝이다. 2회 당첨금을 품고 회사를 계속 다니기로 하고 나서부터는 그냥 오피스 드라마라 ‘로또’ 없는 제목으로 바꿔도 문제가 하나도 없을 정도다. 그리고 드라마는 직장인의 ‘소박하지만 공감되는’ 슈퍼 히어로물이 된다.

로또 당첨은 직장인을, 슈퍼맨이나 아이언맨 슈트처럼 슈퍼 파워를 가진 히어로로의 변신을 가능하게 한다. 당첨금이 뒤를 받쳐주자 내면을 채운 긍정적인 생각과 의욕은 회사 일에 있어 빼어난 성과를 거듭 올리게 만든다.

사진제공=티빙 

당첨금으로 인한 태도 변화는 인간관계에서도 대립되던 동료와 갈등이 해소되고 나아가 찰떡 호흡으로 실적을 함께 내게 된다.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벌였다가 어려워진 전 사수를 일적으로 돌보게도 된다. 당첨 후 ‘로또 출근’은 각성한 공은태의 능력 발휘 난관 극복기로 이어지는데 이는 슈퍼 히어로물의 영웅 서사 구성과 본질적으로 유사하다.

‘로또 출근’은 오피스물로서도 괜찮은 작품이다. 상사와 부하 직원들의 캐릭터가 직장 내 다양한 인물들을 잘 반영하고 있어서 인물들이 파닥파닥 살아있는 느낌이다.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내 정치도 실감나게 묘사돼 있다.

주어진 일이 난관에 봉착할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군분투 과정, 비즈니스 상대와의 긴장감 넘치는 설득과 협상의 시간 등도 설득력 있게 펼쳐진다. ‘회사도 믿지 말고 팀장도 믿지 말고 내가 한 일의 가치를 믿어라’라는 선배 조언처럼, 직장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공감되는 상황과 대사들을 드라마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물론 로또 당첨 이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한 태도로 인해 이후 직면하는 모든 문제를 실패 없이 해결해 나가는 주인공의 활약 일변도는 조금 비현실적이다. 공개된 가장 최근 회 차인 7, 8회에는 상사, 동료, 부하에게 모두 잘못된 일을 한 후 자성하고 다시 심기일전하는 순간도 벌어지지만 전반적인 기조는 ‘당첨 후 거침없는 대활약’이다.

사진제공=티빙 

하지만 슈퍼히어로물적인 판타지가 결합된 오피스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인공의 변화 후 계속되는 활약을 즐겨도 될 듯하다. 사실 ‘로또 출근’은 어떤 설정을 이후 보여주든 ‘까방권’을 갖게 되는 지점이 있다. 공은태가 로또 당첨 후 당첨금 타러 은행을 찾았다가 만난 다른 로또 당첨자의 말을 듣는 순간이다.

공은태는 ‘그 돈에 은행 대출을 끼고 건물을 사서 세 받아 살까’ 등 어떻게 돈을 쓸지만 고민하던 상황에서 다른 로또 당첨자는 당첨금 받으면 하고 싶은 일을 묻자 ‘화를 내려고 한다. 화 한 번 제대로 못 내봐서 화 좀 내고 살자’고 답한다. 이 말로 공은태는 당첨금 묻어두고 회사를 달라진 태도로 다니게 된다.

이 상황은 아마도 서민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된다. 로또 당첨금은 고액이지만 인생을 바꿀 수는 없는 돈이다. 무기력하던 삶을 긍정적이고 활력 있게 바꾸는 역할을 하는 것이 로또 당첨금의 가장 바람직해 보이는 쓰임새다. 이 부분에서의 초강력 공감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로또 출근’의 이후 전개를 ‘하고 싶은 대로 다해봐’하게 만든다.

‘로또 출근’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엔딩 예측이 어렵다. 드라마가 전개되면서 사라진 로또 당첨금이 마지막에는 재등장하게 될까. 제목에 ‘로또’가 있는데 일반적인 드라마 작법 상 엔딩이 이와 무관하기도 쉽지 않다. 드라마가 전개돼온 큰 기조를 이어 받아 로또와 무관한 엔딩을 할 지, 아니면 당첨금과 연관 상황이 재등장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릴지 궁금하기 그지없다.

최영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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