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파 배우' 김현주가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오가며 전혀 다른 결의 캐릭터로 ‘N차 전성기’를 예고한다.
출발선은 안방극장이다. 지난 10일 첫 방송된 tvN 20주년 특별기획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연출 유인식, 극본 류보리)에서 김현주는 1932년 일제강점기 경성을 무대로 복수를 위해 총을 쥔 구국단 저격수 유소란 역을 맡았다. 일제에 딸을 빼앗긴 뒤 독립운동에 투신한 인물로, 끓어오르는 슬픔과 분노를 안으로 삭인 채 단아함 뒤 서늘한 카리스마를 장착한 강인한 여전사의 얼굴을 완성했다. 첫 회부터 빈틈없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이어 스크린에서는 한층 더 깊은 심리적 파고를 파고든다. 오는 10월 21일 개봉하는 연상호 감독의 신작 '실낙원'에서 김현주는 주인공 류소영 역을 맡았다. '실낙원'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류선우(배현성)가 기적처럼 생환하며 벌어지는 심리 스릴러다.
극 중 김현주는 9살 기억에 멈춰 있는 AI 아들과 낯설게 자란 스무 살 청년이 되어 돌아온 아들 사이, 극심한 괴리감과 혼란을 마주하는 모성을 밀도 높게 표현했다. 감정을 폭발시키기보다 서서히 눌러 담으며 표정과 눈빛의 미세한 떨림으로 인물의 복잡다단한 균열을 그려냈다. 일찌감치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와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공개되며 호평을 이끌어낸 배경이다. 연상호 감독 역시 부산국제영화제 관객과의 대화에서 "그 미묘한 선을 훌륭하게 잡아줬고, 다층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연기를 펼쳐줬다"라며 두터운 신뢰를 보냈다.
두 작품의 교집합은 ‘상실을 겪은 어머니’라는 점이지만, 그 궤적은 선명하게 갈린다. '100일의 거짓말'의 유소란이 비극을 동력 삼아 스스로를 더 강하게 무장하는 인물이라면, '실낙원'의 '류소영'은 믿음과 의심, 사랑과 공포가 뒤엉킨 내면의 소용돌이 속으로 침잠하는 인물이다.
연상호 감독과의 끈끈한 협업 속에 끊임없이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해 온 김현주. 비슷한 듯 전혀 다른 두 얼굴로 가을 극장가와 안방극장을 장악한 그의 저력이 어디까지 뻗어 나갈지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