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저당 최대 10억원 가능합니다."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사업자대출까지 막히면서 부동산 시장이 새로운 자금조달 방식을 찾고 있다. 집값은 오르는데 제도권 금융 이용이 사실상 막히면서 매도인이 매수자에게 직접 돈을 빌려주는 '셀러 파이낸싱(매도인 금융)', 개인 간 근저당 설정, 가족 차입 등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을 사려는 수요는 그대로인데 대출만 막으면 시장은 결국 우회로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집주인 대출', '근저당 최대 10억원 가능' 등 개인 자금조달을 내세운 게시글이 다수 게시돼 있다. 매도인이 잔금 일부를 빌려주거나 개인 간 차용을 통해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에서는 호가 20억원 아파트에 '집주인 대출 6억', '매도인 대출 가능' 등을 홍보 문구로 내건 매물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선 공인중개업소들은 이미 강남권 고가주택 매매에서는 이런 계약 형태가 드물지 않다고 전했다. 대출 규제로 인해 매도인이 매매금 일부를 매수자에게 빌려주는 셀러 파이낸싱 방식의 거래가 이뤄지는데 이 때 매도인이 소유권을 이전한 뒤 미지급 잔금을 담보하기 위해 해당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식이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는 계약 후 잔금 지급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경우가 많아 이 같은 거래 방식이 활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매도인은 가격을 깎기 싫고 매수인은 대출이 막혀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근저당 거래가 성사된다"며 "매도인도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준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런 거래 형태를 자세히 알지 못하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오히려 비싼 이자를 물며 제도권 밖 자금을 찾아나서고 있다. 하반기 강남권 일반분양 청약을 준비 중인 무주택 직장인 A씨는 당첨 이후 부족한 잔금을 마련하기 위해 청약 단지 인근 사금융 이용까지 검토하고 있다. 연 10~15% 수준의 금리를 감수해야 하지만 은행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는 다른 선택지가 마땅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은행 대출을 '영끌'해 생애 첫 집을 마련한 직장인 B씨는 근저당 거래 사례를 뒤늦게 접한 뒤 "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면 매도인과 협의해 검토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까지 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집값은 오르는데 대출은 계속 조여지고 공급도 부족하다"며 "실수요는 결국 근저당이나 가족 차입, 사금융 같은 우회 자금조달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개인 간 차용과 사금융 등 비은행권 자금조달이 늘어날수록 가계부채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은행 대출이 막히면 자금 수요가 개인 간 거래나 P2P(온라인투자연계금융), 사금융 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개인 간 차용이나 비공식 사금융은 금융당국의 공식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아 가계부채 관리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애 최초 구입자 등 실수요자만큼은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근저당 거래 자체의 위험성도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담보 가치가 예상보다 낮거나 경매를 통해서도 채권을 모두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특히 재건축 단지는 조합원 지위 승계 제한 여부 등 계약 구조를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만으로 주택 매수 수요를 억누르기 어려운 만큼 실수요자의 금융 접근성을 보장하면서 비제도권 자금으로 쏠림을 막을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