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도봉구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에 거주하는 60대 A씨는 급증하는 공사비와 이주비 부담 탓에 집을 팔고 싶어도 발이 묶인 상태다. 거주요건을 채우지 못해 조합원 지위 양도가 불가능한 '물딱지'여서다. A씨는 "재건축 추진 일정은 계속 늦어지는데 지금 집을 팔면 현금청산을 당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받는 재건축 사업장은 기존 42곳에서 159곳으로 급증했다. 강남 3구와 용산구에 한정됐던 규제 대상이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117개 사업장이 새롭게 규제를 받게 됐다.
서울시가 이들 사업장을 전수조사한 결과 총 151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이 중 51%는 예상보다 분담금이 늘었지만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으로 집을 팔 수 없는 점을 주된 문제로 꼽았다. 이어 주거 이전 제약이 24%, 기타 애로사항이 26%를 차지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사업은 조합설립인가 이후(신탁방식은 사업시행자 지정고시 이후), 재개발 사업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부터 1가구 1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5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조합원 지위를 승계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자택 매도 시점도 이 같은 조합원 지위 승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 부부는 분당 양지마을 자택을 매도하면서 매수인이 잔금을 치르기에 앞서 17억7000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하고 소유권을 이전했는데 부동산업계는 부인 김혜경 여사가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데 따라 사업시행자 지정고시 전 조합원 지위를 넘기기 위해 이런 이례적인 형태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조합원 지위 양도를 제한하는 것은 단타식 투기로 인한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규제 대상이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일부 사업장에서는 부작용도 나타난다. 집을 처분할 수 없는 조합원들이 사업 추진에 소극적으로 나서거나 반대 의견을 내면서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조합설립인가 후 3년 동안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지 않으면 한시적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이 해제되는데 이를 노리고 일부 조합원이 사업 추진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는 최근 국토교통부에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3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하고 소규모 정비사업의 양도 제한 시점도 현행 조합설립인가에서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로 늦춰 달라고 건의했다. 조합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주민 갈등만 키운다는 판단에서다.
재개발과 재건축의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점이 서로 달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개발은 행정절차 막바지 단계인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부터 조합원 지위 승계가 제한되지만 재건축은 시작 단계인 조합설립인가 직후부터 지위 승계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에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월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점을 재개발과 동일하게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로 조정하고 무주택 기간이 5년 이상인 무주택자에게는 조합원 지위 승계를 허용하는 예외 규정을 담은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