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부담금 부과가 가시화하면서 정비사업 조합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일부 조합과 지방자치단체는 정부에 제도 폐지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정부의 고민도 한층 커졌다.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재건축 조합과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재초환 폐지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서초구는 지난 4일 국토교통부에 재초환 폐지 건의문과 주민 230여 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전달했다. 오는 9일에는 추가로 확보한 주민 서명을 모아 2차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전국 82개 재건축조합이 참여하는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도 제도 개선과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서초구 반포미도1차 재건축조합과 반포주공1단지 3주구를 재건축한 '래미안 트리니원' 조합도 재초환 폐지 탄원서 접수를 진행 중이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발생한 이익에서 정상적인 집값 상승분과 개발비용 등을 제외한 초과이익 일부를 환수하는 제도다. 조합원 1인당 평균 초과이익이 8000만원을 넘으면 10~50%의 누진 부과율이 적용된다.
조합들의 반발이 거세진 것은 수억원대 재건축부담금이 속속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조합원 1인당 평균 4억6334만원의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을 통지받았다. 단지 전체 부담금은 약 2조44억원에 달한다. 서초구는 오는 9일 반포현대를 재건축한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 조합에 부담금을 사전 통지할 계획이다. 조합원당 평균 부담금은 2억2000만원대로 추산된다.
재초환 부담은 강남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진철 서울시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이 통지되거나 공지된 서울 재건축 사업장은 52곳에 달한다. 이 중 강남3구와 용산구 아파트 단지는 딱 절반인 26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절반은 강남3구와 용산구가 아닌 한강벨트와 강북·서남권 등에 분포했다. 지방 아파트도 예외가 아니다. 대전 서구 용문동 1·2·3구역을 재건축한 둔산더샵엘리프의 경우 조합원당 재초환 부담금이 1억~2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통지된 부담금은 확정액이 아닌 예정액이다. 준공 이후 주택가격과 공사비 등 실제 개발비용을 반영해 최종 부과액을 산정한다. 다만 조합원 입장에서는 기존 추가분담금에 재초환 부담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큼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담금 부과 시한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법령 해석이 엇갈리는 점도 혼란을 더하고 있다. 서초구는 2021년 준공된 반포현대의 부담금을 올해 12월 30일까지 부과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부담금 징수권의 소멸시효가 만료될 가능성을 고려해 사전 통지 절차에 나선 것이다. 반면 국토부는 2024년 개정된 재초환법의 특례규정을 적용하면 2029년까지 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초구는 우선 사전 통지를 진행하되 국토부의 명확한 법령 해석이 나오면 후속 절차를 재검토할 방침이다.
문제는 재초환 부담이 정부의 도심 주택공급 확대 정책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가용택지가 부족한 서울에서는 재개발·재건축이 신규 주택공급의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그러나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오른 상황에서 재초환 부담까지 더해지면 조합원들의 자금 부담이 커지고 사업 추진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사업성이 낮은 단지에서는 추가 부담을 둘러싼 조합원 간 갈등이 사업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용적률 완화와 인허가 절차 단축 등을 통해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지만 재초환 개편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초환을 완화하거나 폐지할 경우 재건축 단지의 기대이익이 커져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보다 명확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며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시간만 끌다 보면 조합원들의 사업 추진 의지가 약화하고 주택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