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협동조합(수협) 중앙회에서 지도·경제사업부문과 신용사업부문(수협은행)을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한 '수협법 개정안'이 12일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앞으로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수협은행도 국제결제은행(BIS)의 은행자본규제 기준인 바젤Ⅲ를 충족할 수 있게 된다.
12일 해양수산부와 국회에 따르면 농해수위는 이날 오전 법안심사소위와 오후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고 정부와 김우남 의원 등이 발의한 수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에 대한 위원회 대안을 통과시켰다.
수협법 개정안은 수협은행에 대해 국제결제은행(BIS)의 은행자본규제 기준인 바젤Ⅲ를 충족하기 위해 수협중앙회에서 신용사업부문(수협은행)을 분리하는 게 핵심이다.
바젤Ⅲ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금융기관의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 보통주 자본비율 4.5% 이상, 기본자본비율은 6% 이상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2013년부터 바젤Ⅲ 기준을 적용받았지만 정부는 수협은행이 단기간 내에 자기자본금을 확충할 능력이 없는 점을 감안해 바젤Ⅲ 적용시점을 올해 11월 말까지로 3년간 유예했다.
수협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로부터 받은 1조1581억원의 공적 자금이 투입돼 있는데 바젤Ⅲ 기준으로 공적자금은 자기자본이 아닌 부채로 분류돼 바젤Ⅲ 충족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러나 이번에 수협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수협은 수협중앙회의 재무제표에 신용사업특별회계를 만들고 기존에 받은 공적자금과 추가로 투입되는 9000억원을 별도로 관리하게 된다.
수협중앙회가 조합 출자금 및 임직원 급여 출자·자체 채권 조달 등으로 3500억원을 투입하고 정부는 이차보전을 통한 채권발행으로 5500억원을 지원한다.
수협중앙회는 이 자금을 토대로 모회사로부터 수협은행이 발행하는 보통주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한다. 이렇게 되면 농협의 사례처럼 농협중앙회→농협금융지주→농협은행과 같은 출자구조가 만들어져 신용사업부문과 경제사업부문이 분리가 된다.
수협중앙회는 수협은행을 지배하고, 정부는 수협중앙회로부터 신용사업특별회계에 대한 수익배당금 형태로 공적자금을 상환받게 된다.
수협법 개정안 위원회 대안에는 수협중앙회 상임이사도 현재 5명에서 1명으로 줄이는 내용도 담겼다. 현재 지도·경제사업부에 3명, 신용사업부에 2명의 상임이사가 있는데 '조직슬림화' 차원에서 지도·경제사업부 상임이사 1명만 남기고 나머지 4자리는 없애기로 했다.
지역·단위조합수협이 조합공동사업법인을 설립해 판매, 유통, 가공 등의 사업을 함께 추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그동안 지역·단위조합 수협의 평균 당기순이익은 영세해(6억원 수준)에 불과해 독자적으로 새로운 시설에 투자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수협은행장 후보추천위원회는 2028년까지 정부에서 위촉 위원 3명(해양수산부 장관 1명, 기획재정부장관 1명, 금융위원장 1명)과 조합장인 중앙회 비상임이사 중에서 회장이 위촉하는 2명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정부는 정부위촉위원 4명(해양수산부장관 2명, 기획재정부장관 1명, 금융위원장 1명)과 조합장인 중앙회 비상임이사 중에서 회장이 위촉하는 1명으로 구성하자는 안을 제시했지만 이를 두고 여야의원들과 정부의 의견이 갈렸다.
의원들은 '수협'에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반면 정부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만큼 정부가 '견제' 해야한다는 의견을 냈다. 정부와 여야의원들을 이를 절충해 수협이 공적자금을 상환하는 2028년까지 정부위촉위원 3명, 수협 위촉위원 2명으로 수협은행장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수협은행의 '명칭사용료'는 매출액의 2.5% 이내의 범위에서 정관으로 정하기로 했다. 수협은행은 명칭사용료로 매년 300억원 정도를 수협중앙회 신용사업특별회계로 이전하기로 했다.
2500억원 이상의 지역조합장을 비상임으로 전환하자는 정부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는 농협처럼 규모가 큰 수협 조합장을 비상임으로 전환하고 조합의 주요 사업은 전문경영인 역할을 하는 상임이사가 전담하도록 하려고 했으나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수협법 개정안이 이날 오후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돼 앞으로 법사위를 거치면 오는 19일 본회의에 상정된다. 정치권과 수협측은 '세월호법'을 놓고 농해수위가 파행을 되면서 19대 국회에서 '수협법'이 폐기될 것으로 우려했다. 해수부와 금융위원회 등 정부도 법안 폐기에 따른 '플랜B'를 준비중이었다.
그러나 상임위에서 여야합의에 따라 통과된 만큼 법사위와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야원내대표가 별도로 합의하기로 한 '세월호법' 논의 상황에 따라 수협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다시 볼모로 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이날 농해수위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수협법개정안 이외에 △해양경제특별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항만인력공급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 △한국해운조합법 △낚시관리 및 육성법 △수중레저활동의 안전 및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안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등 8개 법안도 상임위 문턱을 넘었다.